코스피가 3000선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이 심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지수가 큰폭으로 오른 올해 초 추격매수에 가담해 외국인과 기관 물량을 모두 받아간 개인들은 울고, 지난해 코로나 증시 폭락 이후 주가하락에 베팅한 이른 바 ‘곱버스’ 투자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26일 오전 11시15분 이 시각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81.44포인트(2.63%) 내린 3018.25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나오면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이 시각 기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409억원, 1조1628억원을 순매도, 개인인 2조172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뉴욕증시가 흔들린 여파로 분석된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5%, S&P500 지수는 2.45%, 나스닥은 3.52% 급락했다. 장중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스피에 조정기미가 강해지면서 '개미'들의 표정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가 3200까지 오르면서 뒤늦게 주식을 매수한 ‘동학개미’의 표정은 어둡다. 개인투자자 A씨는 “주가가 10만원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며 “반도체도 호황이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지만 마이너스 계좌가 보기 편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초 삼성전자를 9만원대 매수했다. 그는 추가 조정이 나온다면 투자 금액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연은 개인 투자자가 모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코스피가 날아오르면서 막대한 손실에 울던 ‘KODEX200선물인버스’와 ‘KODEX200선물인버스2X(곱버스)’ 투자자, 이른바 '불개미' 들은 모처럼 반색하고 있다. 인버스는 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곱버스는 말그대로 지수 하락 폭의 2배 수익을 낼 수 있는 ETF다. 지수가 떨어지면 돈을 벌지만 오르면 손실을 보게된 다. 곱버스는 손실도 두 배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가 폭락했다가 2300~2400 연달아 돌파한 지난해 8월 이후 이들 상품에 투자하는 불개미들이 급증했다.거래액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세 번째로 많이 거래된 종목이 '곱버스' 상품일 정도다. 투입된 금액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코스피는 지난 1월 3200포인트까지 돌파했다. 지난 8월 대비 상승률은 40%에 가깝다. 인버스 투자자들은 그만큼의 손실을 입고 있는 셈이다. 못버티고 손절한 투자자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내 코스피가 방향을 돌리면서 불개미들의 원금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7일부터 24일까지 증권사가 매수한 KODEX 200선물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는 2565억86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상승에 베팅하는 KODEX레버리지 상품은 2142억8900만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중장기 상승 추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고른 분석이지만 당장에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시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에게 인버스 상품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며 "투자가 뛴다고 해서 급하게 주식을 매수해서는 안된다. 성장성이 보이는 종목이라면 펀드식 분할매수와 장기보유전략이 성공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유튜브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숏으로 과감하게 인버스 ETF 투자를 하는데, 주가가 떨어질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며 “특히 곱버스는 한 번 손실이 나면 회복이 불가능해 그런 부분에서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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