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노동자 사망사고로 ‘죽음의 조선소’ 오명을 쓰게 된 현대중공업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을 또다시 받게 됐다. 사고 때마다 안전대책을 발표해온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부가 특별감독을 실시한 뒤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대중공업에 면죄부만 주고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에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준 만큼 중대재해법 시행전이라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처벌로 재발을 막아야한다는 지적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더이상 뒷짐을 져서는 안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오는 28일까지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와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한다. 제조업체 본사와 현장을 동시에 특별감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대중공업의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현대중공업에선 지난해 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올해는 벌써 2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노동부는 이번 특별감독을 통해 전반적인 안전관리실태를 정밀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노동부의 특별감독으로 사고가 사라질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5월 노동부의 특별감독은 물론 전담 상설감독팀 특별관리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사고가 날때마다 부랴부랴 발표한 안전종합대책에 대한 물음표가 짙어진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정부의 집중감독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이때문에 노동계에선 이번 특별감독이 현대중공업에 면죄부만 주고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무리한 현장 작업 방침, 하청에 재하청, 단기계약 방식 등을 사고 재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하면서 "각종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조선업 단기계약 물량팀을 근절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노동자를 비용으로 보는 경영책에 근본적인 원인이 깔려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노조는 그동안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일가의 기업세습에 대한 문제도 지속 제기해왔다. 회사를 위해 써야 할 역량을 총수 일가의 탈법적 승계와 사익추구에 활용하고, 그로인해 노동자와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치에 뛰어든 1988년 이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돼왔지만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의 기업 분할 등 지주사 전환을 거치면서 다시 정 이사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그와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챙긴 현금배당분도 28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7년 인적분할 목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경영의 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였다.
지배구조 변화의 중심에는 정 부사장이 있다. 1982년 생인 정 부사장은 2013년 6월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재입사한 이후 2015년 상무, 2016년 전무, 2017년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이같은 승진에 어울리는 특별한 경영성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부모 잘만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전형적인 '금수저'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이 회사가 추진하는 각종 미래산업에 그가 자주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지주 부사장직 외에도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주 대표 등을 겸직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외에는 미등기이사로 재직중이다. 중대재해법 등 법적 책임에서 등기이사 오너에 비해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고동부의 특별감독으로 현대중공업의 안전문제가 집중 점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특별감독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 모든 문제가 끝나서는 안된다. 노동부는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적극적인 제재로 잘못을 바로잡아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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