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불공정 논란에 빠졌다. 삼성 사내급식 일감몰아주기에 역대급 과징금이 부과되면서 현대차그룹도 덩달아 비판대에 오른 것. 친족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중소기업 진입기회를 원천차단했다는 의혹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회사가 로봇 회사를 인수하는데 뜬금없이 끼어들면서 ‘회사 기회 유용’ 논란을 자초하고, 기부하겠다던 글로비스 지분을 ‘기업 대물림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 역시 공정에 대한 물음표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비자금,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얼룩속에 성장하고 정 회장이 그 수혜를 봤다는 비판 여론이 아직 말끔히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경영을 위한 노력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더욱 끌어올려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대차그룹에서 근무하는 MZ세대 직장인이라 밝힌 청원인은 현대차그룹의 단체급식 부당지원을 조사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에 급식을 공급하는 현대그린푸드의 단체급식 품질이 부실하다며 어떻게 매년 어떤 방식으로 현대그린푸드이 공급사로 선정됐는 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분 12.7%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지분 23.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따냈으며, 현대차그룹을 통해 나오는 일감은 연간 50~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되면 중소기업 등 다른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 여지가 원천 차단된다. 현대차그룹이 친족기업인 현대그룹푸드에 부당하게 일감을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인 셈이다.
일감몰아주기는 재벌가의 대표적인 편법승계 수단이다. 청원인의 말처럼 만약 현대차가 맛도 없고 부실한 음식을 제공하는 회사에 친족기업이라는 이유로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면 명백한 불공정행위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급식공급을 점차 개방하고 있으며 현대그린푸드의 영업이익이 낮아 부당지원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현대차에 대한 조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일감몰아주기로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중 하나다. 글로비스의 전신은 2001년 3월 설립한 한국로지텍으로 당시 정 회장이 59.85%, 정몽구 명예회장이 40.15%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였다. 이후 계열사 물량을 등에 업고 고속성장을하면서 설립 첫해 2000억원였던 매출은 2005년 1조5400억원으로 무려 7배나 불어났다. 글로비스는 이후 상장과 배당 등을 통해 이들 부자에게 화수분 역할을 했다.
특히 글로비스는 과거 정몽구 명예회장의 비자금, 횡령 사건에서 유명세를 탔다.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물론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 부자의 지분 기부 약속이 발표되면서 글로비스는 온 국민의 관심 기업으로 떠올랐다. 당시 이들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은 각각 28.1%, 31.9%으로 지분 가치는 약 1조원에 달했다. 이후 아버지는 약속대로 지분을 매각하고 정몽구 재단에 기부했지만 정 회장은 아직 지분을 손에 쥐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이후 현재 지분율은 23.2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그가 최대주주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 강화와 상속 등 숙제를 풀어야하는 상황에서 글로비스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회장이 기부를 약속한지 15년 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글로비스 지분을 들고 있는 것은 물론 그의 '기업 대물림' 작업에서 글로비스가 핵심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신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인수한 한 로봇 회사의 지분을 계열사와 같이 취득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의 80%를 인수했다.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 회장 20%씩 인수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분 일부를 정의선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해당 회사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 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회사가 모두 인수하면 되는데 굳이 정 회장이 여기에 왜 끼어들었냐는 물음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산업 시스템에 변화가 일면서 혁신을 외치는 재벌들이 많지만 혁신 이전에 근본적으로 오너일가에 쏠린 후진적 경영시스템 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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