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이사회가 그를 차기 대표 후보로 추천하자 국민연금이 '후보 결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며 곧바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KT새노조는 이번 후보 선정에 대해 '깜깜이 경쟁과 최악의 밀실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구 대표 연임 가능성에 대해 "자신이 연루된 불법행위로 회사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고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만큼 더 이상 회사에 부담을 주지 말고 남은 임기를 끝마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것이 회사와 주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책임지는 자세"라고 논평한 바 있다.
KT 이사회는 지난 28일 차기 대표 후보로 구현모 현 대표를 단독으로 추천했다. 이사회는 구 대표 재임 기간 KT의 외형적 성과와 디지털 플랫폼·콘텐츠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한 점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이미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며 재검증을 요구해 다시 심사가 진행됐다. '셀프 연임' 등 외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잡음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즉각 반대의 의사를 밝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후보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KT는 "심사위원회가 사외 인사 14명과 구 대표를 포함한 사내 후보자 13명에 대한 7차례의 경쟁 심사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KT가 2019년 황창규 전 회장의 후임을 뽑는 과정에서 외부공모와 심사 일정 등을 세세하게 공개한 것과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내부의 비판도 거세다. KT새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국민기업의 총수가 회사 돈을 횡령한 죄를 저질러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매우 부적절한 사례를 남긴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는 KT구성원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셀프 연임, 황제 연임 등 시민사회의 비판을 정면돌파하겠다며 이사회와 구현모 사장이 벌인 복수 경쟁 쑈는 결국 구 대표 연임이라는 결과를 정해 놓고 벌인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구 대표는 정치자금 및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임기 중 탈통신 전략의 반대급부로 인한 통신대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등 차기 CEO로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마저도 KT의 셀프연임과 거수기 이사회 문제를 언급하고 나섬에 따라 KT의 CEO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절차에 있어서도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사장 후보를 골라 심사하는 지 조차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경쟁과 최악의 밀실 결정이었다"고 꼬집었다.
KT 측은 이사회 논의 내용을 일일이 공개한 전례가 없고 절차 역시 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도 끝까지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2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양자기술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한 뒤 국민연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어제저녁에 늦게 나와서 좀 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해보겠다"며 "기본적으로는 경쟁하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연임 여부는 내년 3월 주총 표결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KT의 주요주주는 지난 9월말 기준 국민연금(10.74%), 신한은행(5.58%),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5.07%) 등이다. 나머지 50% 이상이 소액주주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월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제기돼자 "KT 이사회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 중인 구현모 대표의 사임이 아닌 연임 절차를 개시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구 대표가 스스로 연임 의사를 포기함으로써 회사에 더 이상의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대표이사 연임 시도 자체가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추진하게 된다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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