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도 남해화학 노동자”…5년 만에 최종 승소

여수국가산단 다른 기업에도 영향 예상
장봉현 기자 2023-09-19 16:47:59
협력업체 소속으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남해화학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5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19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광전지부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제공. 

협력업체 소속으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남해화학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5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불법 파견을 인정한 만큼 이번 승소 판결이 여수국가산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광전지부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4일 남해화학 사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전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원심에 불복한 사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에 해당하는 지위가 있는 만큼 직접 고용의 의무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항소심에서 45명에 대해 전원이 남해화학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며 직접 고용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45명은 남해화학 사내 협력업체 중 장비 차량 정비와 석고장 관리업무를 하는 회사 소속이다. 2018년 10월 제기된 이번 소송에는 당초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 52명이 참여했으나 일부가 소를 취하하면서 45명으로 줄었다. 이들 45명 중 3명은 퇴직하고 현재 42명이 재직 중이다. 

노조는 이날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하는 노동자인지 여부를 구하는 최초의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쾌거”라며 “예상과 달리 상당히 빠른 판결을 한 것은 재론의 여지없이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기에 대법원도 시간을 늦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과 핍박과 탄압을 받았고, 현재도 진행 형”이라며 “남해화학은 부당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키고 밀린 임금을 즉시 지급해야 하는 등의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에 여수산단 다른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남해화학 45명 이후 잇따라 제기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수산단에서는 이번 남해화학 45명 외에 같은 회사 소속 사내 하청노동자 20여명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첨단소재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원청 소속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롯데첨단소재 여수공장에서 석유화학제품 생산과 설비 점검·관리, 이동·검수, 포장·출하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단 내 다른 기업 사내하청들도 연쇄적으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말 기준 여수국가산단에는 297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정확한 사내하청 업체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공장장협의회 소속 37개사를 비롯한 규모가 있는 대부분 사업장은 협력업체에 일부 공정을 맡기고 있다. 이들 회사 상당수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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