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힘든 시기 작은 위로와 용기 주고 싶어”

로맨틱 힐링 영화 ‘써니데이’ 이창무 감독 인터뷰
“다음 작품 재미보다 진한 울림주는 영화 만들 듯"
오덕환 기자 2025-03-11 09:34:41
청정바다 전남 완도를 배경으로 촬영됐던 리스타트 해피 무비 ‘써니데이’가 2월 19일 개봉, 지역민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상영 중에 있다. 로맨틱 힐링 드라마 ‘써니데이’를 연출한 이창무 감독을 만났다. 써니데이 포스터=삼거리픽쳐스 

청정바다 전남 완도를 배경으로 촬영됐던 리스타트 해피 무비 ‘써니데이’가 2월 19일 개봉, 지역민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상영 중에 있다. 데뷔작 스릴러 ‘구원’으로 해외영화제 초청과 함께 수상을 했던 감독, 로맨틱 힐링 드라마 ‘써니데이’를 연출한 이창무 감독을 만났다.


-영화 개봉 후 무대인사를 하러 여기저기 다니느라 상당히 바쁜 줄 안다. 감독 이창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전라남도 장성군에서 태어나 광주광역시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영화감독이란 꿈을 갖게 됐다. 이후 그 꿈을 실현키 위해 영화에 출연도 해 보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 일에 매진해 왔다. 2021년 영화 구원을 첫 작품으로 연출,감독 데뷔를 했다. 데뷔가 좀 늦었다. 이후 3년이 지나 두 번째 작품인 로맨틱 힐링 드라마 ‘써니데이’를 연출하게 돼 행복하다. 촬영지 완도는 내 생애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기억될 것이다."

-뒤늦게 영화감독의 꿈을 이뤘다고 하는데 그간 어떤 영화 작업을 해 왔나.

"학창시절에는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그때 만든 ‘인스트’라는 단편영화가 2000년에 제1회 대한민국 영상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TV 생중계로 시상식 장면이 나갔는데 상당히 떨렸던 기억이 난다. 이때 만난 김한민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으며 ‘갈치괴담’이라는 김한민 감독의 단편영화에서 프로듀서와 배우를 하게 됐다. 2004년에는 강석범 감독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서 조감독을 하게 됐다. 그 후로 여러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감독을 준비했는데 잘 안됐다. 너무 감독 데뷔를 일찍 준비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2021년 새바엔터테인먼트에서 장편영화 ‘구원’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데뷔작이 스릴러였는데, 이번 작품은 로맨틱힐링 드라마다.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데뷔작 스릴러 ‘구원’으로 해외영화제 초청을 받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에 나가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던 시기였고, 저 또한 힘든 시기였다. 당시 장르물 영화가 주를 이뤘는데 제 기준에는 폭력성과 잔혹성이 다분한 영화들이 너무 많은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든 세상인데 영화까지 우울하거나 잔혹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힘들어하는 요즘 소중한 추억과 함께 작은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써니데이’를 연출하게 됐다."

이창무 감독(오른쪽)이 박정식 촬영감독과 함께 영화 촬영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써니데이’를 연출하면서 아쉽거나 힘든 점 또는 좋았거나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완도가 아름다운 섬이여서 정말 좋았다. 영화 촬영을 2023년 12월 6일부터 시작했는데 너무너무 추웠다. 완도의 겨울은 다른 지역보다 포근하고 따스한 곳으로 알려졌는데 촬영할 때마다 유독 날씨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배우와 스텝들이 매서운 바닷바람의 혹독한 추위에 진짜 고생 많았다. 영화 스토리처럼 주인공이 어둡고 힘든 시기를 벗어나 용기를 내어 맑은 날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실제 촬영도 그렇게 진행된 것 같다. 서울에서 완도까지 버스로 5시간 걸린다. 그리고 완도 항에서 50분간 배를 타야지 청산도에 올 수 있다. 그만큼 먼거리를 오가면서 배우와 스텝들이 어렵게 촬영했다. 주인공인 최다니엘, 정혜인, 한상진, 강은탁, 김정화 배우들의 희생과 노력이 아니었으면 절대 완성될 수 없었던 영화다. 모든 배우들에게 고맙다. 특히 최다니엘 배우는 모든 스케줄을 다 비우고 촬영 팀과 함께 한달 내내 완도와 청산도에서 숙박을 하면서 영화 촬영에 임했다. 최다니엘 배우는 쉬는 날에도 캐릭터를 고민하고 작품을 연구하며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악역인데도 ‘써니데이’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선택하고 기다려준 강은탁 배우는 기존에 자신이 쌓아 올린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영화를 위해 더 악한 인물로 표현하려고 해서 오히려 말릴 정도로 영화에 진심이었다. 한상진 배우는 완도 읍내에서 자신의 의상을 직접 구매하면서 완도 현지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줬고, 영화 안팎에서 감초 역할까지 해주면서 영화 팀 전체를 잘 챙겨줬다. 김정화 배우는 처음으로 하는 망가지는 연기와 처음 해보는 사투리 연기를 직접 지도 받으면서 열심히 해 인상에 남는다. 정혜인 배우는 공황장애를 겪는 연기를 펼치기위해 영하권의 날씨 속에 한밤중 맨발로 부둣가를 헤매는 씬을 촬영하기도 했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영화에 진심이었던게 너무 감사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영화를 소화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날씨라는 큰 변수가 있었지만 제작사 엄용훈 대표나 리주영 프로듀서가 뒷받침 해주었기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고, 스텝들과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박정식 촬영감독은 촬영이 없는 휴일에도 저랑 함께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다양한 인서트 장면들을 찍는 등 이번 영화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번 영화에서 애착이 가는 장면은.

"극중 첫사랑인 동필이가 선희의 옛날 집 문을 열어주는 장면이 있다.십여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선희의 부모님 집인데,  녹슨 자물쇠에 잠겨있어서 선희가 열쇠로 열수 없었던 고향집 문을 첫사랑 오빠 동필이가 열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동필이가 해맑은 미소로 선희를 쳐다보며 '천천히 둘러봐!'라고 말을 했을 때 마치 굳게 닫혀있던 선희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잘 표현돼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누군가 힘들어하고 세상과 단절하고 마음을 닫았을 때, 때로는 누군가 그 문을 열어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줘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이 장면에 애착이 더 가는 줄 모른다. 이밖에도 ‘써니데이’ 영화 속에는 각 인물들이 전하는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에 관한 장면들이 많이 있다. 무대인사 때 만났던 한 관객이 영화를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고, 그전에 몰랐던 장면의 의미도 알 수 있다고 전해 정말 감사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스릴러 장르와 다르게 로맨틱 힐링 드라마 장르를 연출하면서 참 행복했다. 이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많이 치유 받고 용기를 얻어가는 것 같다. 모든 관객들이 작으나마 위로와 용기를 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긴다면 '나는 괜찮다'라고 영화 속의 대사처럼 외쳐보길 바란다. 누군가의 위로도 좋지만 때론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며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써니데이’로 두 번째 영화 작품을 만들었지만 세 번째 작품은 또 어떤 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일까 제 자신도 기대가 된다. 단지 재미를 위한 영화가 아닌 관객들에게 작으나마 진한 울림을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여겨진다. ‘써니데이’는 곧 VOD로 만날 수 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이때 영화를 꼭 보고 힐링했으면 한다. 극장에서 관람했던 분들도 다시 한번 봐도 좋을 듯하다. ‘써니데이’는 볼 때마다 각 씬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의미들이 좀 더 진솔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가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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