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21일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고용한고 밝히며 논란이 시작됐다. 인국공 사태는 와대 및 관계기관의 해명이 거듭될수록 ‘공정’ 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태가 딸의 등장으로 인해 ‘공정’ 논란으로 비화됐던 상황이 이번 논란에서 재연되고 있다.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일영 당시 인천공항공사 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을 올해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고,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과정을 거쳐 3년여 만인 지난 6월 21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인국공’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로 주로 취준생들이 온라인에서 취업정보를 공유하며 써온 약칭이다. 지난 4월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국공은 한전과 코레일 등을 제치고 취준생들 사이에서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공기업 1위에 오르기도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잡코리아의 조사에서 취준생들이 공기업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NCS 직업기초능력평가 점수로’ 49.8%를 차지했고, 이외에 면접, 직무관련지식, 스펙(어학점수-자격증 등) 등을 중요항목으로 꼽았다. 취준생들은 이러한 항목들을 중심으로 공기업 취업준비를 해온 것이다.
◇ SNS이슈는 ‘채용정보’에서 ‘공정논쟁'으로
인천공항공사의 이번 발표에 취준생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SNS에서 최근 2달 ‘인국공’이 언급된 게시물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21일 전후로 이슈가 급반전했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이 시작되는 5월 들어 각종 취업정보 커뮤니티와 카페를 통해 인국공의 채용정보가 속속 공유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언급량이 증가세를 보였다. 5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키워드 ‘인국공’의 언급량은 커뮤니티에서 3716건 발생했고, 트위터에서 언급량은 41건에 불과했다.
논란 이전 커뮤니티에서의 인국공의 주요 이슈는 상반기 채용에 대한 이슈로 관련 게시물의 단어를 분석한 결과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공기업’, ‘리스트’, ‘지원’, ‘채용’, ‘상반기’, ‘필기’, ‘과목’, ‘한전’, ‘LH’, ‘코레일’ 등 대부분 공기업 채용정보와 관련된 단어그룹이었다.
그러나 논란이 시작된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키워드 ‘인국공’의 언급량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며 1만8374건을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국공 이슈에 대해 취준생들은 그들만의 소통공간인 커뮤니티를 나와 트위터에서 불만을 성토했고, 트위터의 채널 특성상 대량으로 리트윗되며 확산됐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21일 이후 SNS의 ‘인국공’ 관련 게시물에서 부정감성어의 비중이 급증했다. ‘인국공’이 언급된 게시물에서 감성어를 추출해 그 비중을 분석한 결과 논란이 일기 전인 5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는 긍정감성어의 비중이 53.8%, 긍정감성어는 24.6%를 기록했다. 이 시기 누리꾼들이 자주 사용한 긍정감성어는 ‘화이팅’, ‘가고싶다’, ‘합격’, ‘좋다’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언급빈도를 보이며 취준생들의 희망이 녹아있었다. 소수지만 부정감성어는 주로 채용절차상의 난이도와 관련된 단어그룹으로 ‘어렵다’, ‘어려운’, ‘힘들다’, ‘쉽지않다’ 등이 언급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1일 이후 부정감성어의 비중이 60.9%로 증가했고, 긍정감성어 비중은 14.2%로 감소했다. 누리꾼들이 자주 사용한 부정감성어 ‘싫다’, ‘논란’, ‘분노’, ‘떼쓰다’, ‘불공정’, ‘불평등’, ‘역차별’ 등 단어의 언급빈도가 급증했다.
[커뮤니티]
- 2020.06.23 조회:7585 (중략) 정부세종청사 특수경비들 대거 청원경찰로 전환. 참고로 국가,지방 청원경찰들은 경위까지 봉급이 똑같고 공무원연금 대상자임. 이번 인국공까지 ㅋㅋ
- 2020.06.26 조회:2447 (중략) 인국공 비정규직으로 들어가기위해 뭔 노력을 했는데요? 들어가고 싶어도 비정규직에 고용불안정성 때문에 패스하고 정규직으로 들어가려 노력했던 사람은 뭐가 되나요? 그리고 앞으로 채용인원에 차이없으니 파이 뺏기가 아니다? 뭔 소리하나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된 사람들이 정년까지 안그만두면 그 자리 그만큼 뺏기는거죠. (중략)
- 2020.06.22 조회:3431 인천공항 이번 정규직 전환도 이 엄청난 연봉 받나요??ㄷㄷ..jpg / 찾아보니 인국공 각종 복지 포함 초임도 5000 정도던데 ㄷㄷ
- 2020.06.22 조회:1962 후배들한테 인생조언한거 멍청했네요.. (중략) 아는분 공공기관 시설관리 정규직 전환되고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 전환되고.. 너무 세상모르고.. 꼰대짓 한거같음. 인생 여러방향있고 쉬운길 있는데
[트위터]
- 2020/06/22 RT:954 (중략) 토익 980맞아도 간신히 들어가는 인국공을 알바몬 통해서 보안검색대 알바로 존버하니까 정규직 시켜주네 ㅋ
- 2020/06/22 RT:483 인국공 알바생들 정규직전환 진짜 OO다. 인국공 공기업 취준생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 신의 직장이고 고고고스펙자들도 몇년씩 준비하다가 떨어져서 포기하는곳인데; 인턴조차도 되기힘든 곳 고졸 알바생1900명 떼쓰니까 정규직 시켜주네? 걔네가 떼쓰면 민주화고 기존의 사람들 역차별 시위하면 적폐고?
- 2020/06/22 RT:228 인국공은 그나마 수도권에 남은 공기업 중 하나라서 여자들이 많이 도전하는데 그마저 비정규직 정규화라는 명목하에 남자로 덮으려고 하는듯. 여자들에게 공기업의 마지막 사다리가 걷어차임.
- 2020/06/22 RT:266 진짜 OO같네 ㅋㅋ 인국공을 980, 985찍어도 서탈걱정하는 곳을ㅋㅋ 뭣하러 대학가고 스펙쌓고 인적성 ncs한다고 시간버렸냐. 나도 알바몬으로 협력회사가서 떼쓸껄ㅋㅋㅋ 결과의 평등ㅋㅋㅋ 공산국가네
◇ 청와대·인천공사 해명, 오히려 성난 민심에 부채질... “대통령의 하명 한마디에 정규직”
네이버 뉴스 댓글여론에서는 좀 더 적나라한 불만이 표출됐다.
인천공항공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21일부터 28일까지 관련기사는 네이버 인링크 기준으로 1244건 올라왔고 댓글은 20만4915개 달렸다. 기사에 표시된 ‘좋아요’, ‘화나요’ 등의 표정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기사당 ‘화나요’가 평균 96.0%로 집계되며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뉴스 댓글은 24일 가장 많았는데 ‘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화내용이 복수의 매체에 보도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이는 한 직원이 “군대 전역 후 알바천국 통해 들어와서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졸지에 서울대급 되버렸네, 니들 5년이상 버릴 때 나는 돈벌면서 정규직”이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는데 취준생 뿐만 아니라 일반 누리꾼들까지 분노하며 댓글이 폭주했다.
이 카톡방 내용을 보도한 기사 중 중앙일보의 23일자 <인천공항 정규직 된 직원 "졸지에 서울대급 됐네ㅋ 소리질러"> 기사는 ‘화나요’가 97.5%에 달했고, 댓글은 3400개 달렸다. 이 기사는 28만2천여회 조회됐다.
- (중략) 누군가의 노력을 짓밟아 버리는게 정의고 공정인가? 이게 평등하냐? 촛불 들고 시위 하는 이런 노조의 집단 행동 앞에 조용히 있는 개인의 노력이 무시되고 있다. 근데 이 정부는 노조에 빚을 졌으니 촛불 청구서가 이런 결과를 만든거지. 잘봐라 모든 정책이 이런식으로 변하고 있어. (공감 8,127)
- 너무하네요 진짜... 저도 대학 졸업 유예하고 취준중인데 지금도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이 기사를 보네요... 뭐하러 고딩때 전교 5등 안에 들고 대학 잘갔는지 ㅜㅜ 등록금 내주신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스스로도 마음이 안좋네요 (공감 3,674)
- 열심히 노력하면 뭐해요? 받는건 똑같은데. 그런 나라가 오고 있네요 (공감 548)
- 무조건 전환할게 아니라 2년, 3년 기간 주고 그 기간안에 정규직들 처럼 똑같이 시험보고 면접봐서 정상으로 채용해야지 이게 채용비리지 뭐냐? 누군 알바할 줄 몰라서 정규직되겠다고 스펙따고 학력 높여서 수십대일 경쟁하는 줄 아나? 짜증나게 하지말고 걔네도 똑같이 채용시험보고 채용하라고 (공감 334)
25일 황덕순 일자리 수석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고, 오히려 늘리기 위한 노력”이라며 “응시 희망자에겐 오히려 큰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오히려 분노는 가중됐다. 조선일보의 25일자 <인천공항 사태에 기름부은 靑 "응시 희망자엔 큰 기회"> 기사는 ‘화나요’가 98.3%로 집계됐다. 이 기사는 16만9천여회 조회됐고 3767개의 댓글이 달렸다.
- 저 사람은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지금 20대들... 더 나아가 제대로된 양식있는 청장년층이 분노하는 이유가 당장 인천공항 정규직화로 인해 취준생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지기 때문이 아니다. 노력한 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아주 당연한 시장경제의 논리를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거다.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다는건 이미 그런 처우를 다 알고 들어온거고 그런 처우에 걸맞는 노력과 능력으로 들어온건데 떼쓰고 감성팔이 한다고 몇십배의 노력과 능력으로 들어온 정규직과 동일대우를 한다는데 공부안하는 것들이나 환영하지 (공감 27)
- 누가 열심히 살고 싶겠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어놓은 것 땡깡부려서 뺏어가면 되니 ㅋ 청와대 답다. ㅋㅋㅋㅋ 지들이 보고 배운게 그것뿐이니 나라운영 아주 끝장이 나지 ㅋㅋㅋㅋ (공감 19)
- 초봉 2400도 안 되는 9급 공무원 하겠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임. 그런데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아침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면 다른 취준생들은 뭐가 되는거임? (공감 19)
- 누가 일을 하고 누가 공부하려할까. 적어도 열심히 산자가 박탈감을 느끼면 안되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이번일은 취준생뿐만 아니라 현직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공감 17)
관련기사를 세부 이슈별로 분류해 감성반응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모든 이슈에서 부정감성 반응이 90% 이상으로 집계됐는데, 특히 인천공항공사 및 청와대의 대응과 해명 이슈에서 가장 높은 부정감성반응이 나타났다. ▲인천공항의 해명 관련기사는 ‘화나요’가 평균 98.1%로 가장 높았고, ▲청와대 대응 및 해명 98.0%, ▲정규직 전환 초기 보도 97.1%, ▲카톡방 대화내용 96.4%, ▲김두관-고민정 의원 등 여권인사 발언 95.6%, ▲국민청원 및 분노확산 분위기 95.4%, ▲노조 반발 이슈 95.2%, ▲청원경찰 입장 93.6%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공사는 25일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문 대통령이 방문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1000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류전형과 인적성 등 적격심사만 통과하면 직고용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 방문일 이후 입사한 약 800명은 직무적성검사 NCS를 통과해야 직고용되는 조건이다. 이러한 정규직 전환 조건은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한국경제의 25일자 <'文방문일 이전 입사자'만…인국공 정규직 전환기준 논란> 기사는 1217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화나요’가 98.3%에 달했다. 이 기사의 댓글게시판에서는 북한 김정은의 사례를 언급하며 조롱하는 댓글들이 다수 등장했고 높은 공감을 얻었다.
- 진짜 무슨 김정은이세요? 최고존엄께서 인천공항을 현지 지도하신 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고 교시하시었으니 그 때 비정규직었던 자들은 정규직 되는 거지만 그 때 없었던 자들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군요. (공감 1,533)
- (중략) 김정은이 방문하고 포옹하거나 악수한 사람, 꽃다발 전달자 등은 특별대우받고, 영웅취급당한다고 북한에서는.. 방송에서 탈북민들이 떠드는거 들었는데,,, 우리도 그러는거냐? (공감 148)
- 김정은도 아니고 왔다갔다고 은혜 입은거야? (중략) (공감 85)
- 최고존엄 문OO 령도자 동지께서 인천국제공항을 직접 방문하시어 비정규직 동지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현지 지도하시었다. 령도자 동지의 은혜를 입은 1900명의 동지들은 령도자 동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공감 58)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28일 동아일보는 <靑 “인국공 논란, 소모적으로 번지는거 원치않아…본질 봐야”> 기사를 통해 청와대 핵심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는데 이 기사에는 1934개의 표정이 달렸고 이중 1922개가 ‘화나요’로 전체 기사 중 가장 높은 99.4%를 기록했다.
- 인국공의 본질은 젊은이들이 목매는 공기업의 정규직을 시험거치지않고 대통령 하명 한마디에 결정하는 비민주적인일이 일어났단거임. (공감 31)
- 1.수많은 보안검색요원 중 굳이 인국공만 공사의 정규직이 되는건 공평한가? 2.문재인 대통령 방문 이전의 보안직원들은 문대통령이 정규직 하사하셔서 자연스레 정규직되고 방문 이후의 보안직원은 정규직되려면 시험봐야한다는데 이건 공평한가? 3.연봉 3000 못 넘는 직장도 못 들어가서 허덕이는 청년이 분명히 많은데 대통령이 정규직 하사하셔서 편하게 정규직되는건 공평한가?...(중략) (공감 25)
- 누구는 운 없어서 노력하는 청춘이 되어야 하고, 누구는 운 좋아서 아빠찬스, 문빠찬스를 누리는 어처구니 없는 세상... 이런게 공정이면 나라 문 닫아야지.. (공감 16)
※ 마이닝 솔루션 : 펄스케이, 채시보
※ 조사 기간 : 2020.5.1 ~ 2020.6.28
※ 수집 버즈 : 235,039건 (트위터·커뮤니티, 네이버 기사 및 댓글)
※ 분석 : 빅버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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