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과정과 관련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을 너무 비싸게 적었다는 인수자의 가격 수정 요청을 받아드리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이 회장은 자회사의 문제로 선을 긋고 있지만 절차의 정당성 문제 이전에 혈세를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해야할 산은의 행보로는 좀처럼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항공, 대우조선해양 등 그동안 이 회장이 지휘한 구조조정에서 불거졌던 특혜 논란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감사청구는 물론 이 회장 등에 대한 고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이자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I)는 지난 5일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대상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이번 매각 작업이 별 탈 없이 마무리되면 대우건설은 산은에 인수된지 약 11년 여만에 새주인을 맞게된다.
하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특혜 논란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본입찰 당시 2조3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은 경쟁업체보다 5000억원 가량을 높게 써냈다는 사실을 알고 KDBI에 가격 수정을 요청했고, KDBI는 이를 수용했다. 결국 2주 뒤 인수가는 2000억원 가량이나 더 낮은 가격으로 결정됐다. 이는 애초 이번 매각이 입찰공고 없이 협상이 진행됐다는 사실과 결부되면서 그 배경에 물음표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낮아서 올리는 경우는 봤어도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인수가를 수정해준 것은 못 들어본 것 같다”며 “대우건설이 서둘러 털어내야 하는 부실기업이라면 몰라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KDBI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KDBI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수의향 기업들이 비공개로 거래를 원해 입찰공고 없이 협상이 진행됐고 다른 경쟁 후보기업에도 인수가 수정 의사를 똑같이 물었다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재입찰?특혜?졸속 매각 논란 모두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노조는 명백한 위법 매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밀실에서 정해진 특정 원매자 외에는 본 매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본입찰 이후 중흥건설이 가격 수정을 요청한 것을 KDBI가 수용해 입찰 금액을 다시 제출받아놓고도 '재입찰은 아니다'라고 희대의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명백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관련 지적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질의서를 통해 “본입찰 이후 매수의향자 요구만으로 2000억원을 깎아줬다면 산업은행은 국고를 낭비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산은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자회사의 문제로 선을 긋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간담회 등을 통해 “KDBI가 대우건설 1대 주주로 매각 작업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자만 KDBI는 산은이 최대주주이자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인수합병 전문 자회사다.
자회사의 문제로 한정한다고 쳐도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등 그동안 이 회장이 지휘한 구조조정에서 각종 논란이 반복된 상황에서 자회사가 진행한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은 산은 전체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물음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런 비판여론 속에서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노조는 이 회장과 이대현 KDBI 대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현재 감사 청구와 수사기관 고발을 위해 법률 검토에 착수한 상태로 다음주에 보다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에 전혀 관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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