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양제철소 "자회사 설립 반대 지역·단체 지원 중단" 논란 확산

광양제철소 상인회, 시민단체 등에 반대 중단 압력
주민센터 찾아가 "동사무소 폭파하겠다" 폭언도
포스코 관계자 “전혀 그런 사실 없다” 강력 부인
장봉현 기자 2023-05-16 16:44:37
포스코가 정비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전남 광양지역 반발 여론이 거세다. 15일 광양시청 인근 도로에 게시된 포스코 규탄 현수막. 사진=장봉현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정비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면 지역 사회공헌활동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혀 진실 공방을 넘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광양시청 인근 도로에 내걸린 포스코 규탄 현수막. 사진=장봉현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정비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단체와 지역에 사회공헌활동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포스코가 정비 자회사를 다음달 출범시킨다고 밝히면서 광양지역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일이 벌어져 파장이 주목된다.  

16일 광양시와 시의회, 관련단체 취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일 광양제철소 지역협력팀 A씨는 지역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동장을 만난 자리에서 “동장이 시켜 (정비 자회사 설립 반대) 현수막을 달으라고 한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동장이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자 A씨는 “프로끼리 왜 그러시냐. 다 아는 사실인데”라며 “노인 무료급식소인 ‘나눔의 집’ 급식을 동장이 중단하라고 했다는 (허위)소문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했다. 동장이 “어르신들이 식사하는 것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느냐. 이건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욱이 A씨는 “동사무소를 폭파시키겠다. 사회단체 지원도 끊을 수밖에 없다”고 막말을 한 뒤 주민센터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나눔의 집은 제철소 인근에 살면서 혼자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나누는 무료 급식소로, 광양제철소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 중 하나다. 

협박은 말로만 그친 게 아니라 실행으로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민센터에 있던 한 관계자는 “실제 A씨가 떠난 후 나눔의 집에서 ‘동장님이 급식을 중단하라고 했다던데 사실이냐’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일단락 되긴 했지만 지역사회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 행동을 했겠냐”고 씁쓸해했다.

이번 논란은 상공인회를 비롯한 지역 내 자생단체들이 포스코 정비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거는 등 반대활동을 벌이면서 촉발됐다. 광양지역 12개 읍면동 자생단체와 광양시의회는 지난달부터 납품업체 피해 최소화, 고용승계 등 상생협력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광양제철소의 지역사회 겁박은 이뿐만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최근 광양제철소 지역협력팀에서 정비 자회사 설립 상생협력 촉구 현수막 게첨과 시위에 참여하면 예전처럼 소비활동을 중단할 수 있으니 잘 생각하라고 했다”며 “이 때문에 처음에는 참여했지만 이후 어쩔 수 없이 캠페인에 참석을 안 했다”고 말했다.

사회공원사업 지원 중단을 무기로 한 협박도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정일 광양시경제활성화본부 회장은 “정비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직원 고용, 복지문제, 납품 물량 감소에 따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포스코 측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포스코 측이 캠페인에 참석한 단체에 개별적으로 전화해 지원금과 후원, 협찬을 끊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지역 단체들이 포스코 지원을 받아 각종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는데 올해는 상생협력 촉구 캠페인에 참여한 단체가 실제로 후원을 못 받은 사례가 있다”며 “광양시민들을 포스코의 시혜에 목매는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이 황당할 따름이다”고 비판했다. 
 
광양시경제활성화본부는 지난 2020년 포스코 브리더 불법 개방 오염물질 배출 논란으로 광양제철소가 위기에 몰렸을 때 문제 제기한 환경단체를 항의 방문하는 등 ‘포스코 기 살리기’에 나섰던 단체다.   
  
이에 대해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광양제철소 A씨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동장을 만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동장은 만났다"면서도 "현수막은 알다시피 지역과 상생이니까 대립 관계로 있으면 좋을 게 있겠느냐. 알아서 판단해 달라. 떼라는 말은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집 급식을 끊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저희들이 새로운 것을 검토하고 계획하고 있고, 아직 결정 또는 지침이 안내려온 상태에서 끊는다는 것은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는다”며 “광양시의회에서 정비 자회사 관련 (릴레이 시위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거듭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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