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도시 전환 새 역사' 순천만정원박람회 두 마리 토끼 잡아

성공 개최와 함께 목표 관람객‧수익성 모두 달성
국제행사 걸맞는 외국인 관광객 32만1000명 찾아
장봉현 기자 2023-10-11 17:34:25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노관규 순천시장이 11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프레스데이를 열고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봉현 기자.

칙칙한 회색도시에서 녹색 생태도시로 전환이라는 새 역사를 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목표 관람객과 수익성을 모두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행사에 걸맞게 외국인 관광객 32만1000명이 순천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11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프레스데이를 열고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4월 개막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일 기준 누적 관람객 826만명이 찾았다. 개장 12일 만에 100만명, 23일 만에 200만명을 달성하며 관람객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올 여름 유난히 긴 폭염과 장마로 잠시 둔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추석 황금연휴 6일 동안 100만명이 방문하면서 지난 7일 목표 관람객인 800만을 달성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6명 중 1명이 순천을 찾은 것이다. 10년 전 열린 2013정원박람회 목표 관람객의 2배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대만, 프랑스 등 64개국 32만 1000명의 외국인이 박람회장을 찾아 즐겼다.
 
행사 수익금 목표도 조기에 달성하면서 정원박람회는 대흥행을 입증했다. 256억원의 수익금을 목표로 했던 박람회는 개장 128일 만에 253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지난 9일 기준 316억원을 확보해 목표액의 124%를 달성한 상황이다. 이 수익금은 인건비나 운영비를 뺀 순수익금이다.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벤치마킹의 사례가 되고 있다. 최근까지 480개 기관과 단체, 전국 190개 지자체가 순천정원박람회를 배우기 위해 찾았다.

독창적인 정원 조성부터 사고 한 번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해외에서도 순천의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2023정원박람회는 일본이나 유럽식 정원 설계 방식을 벗어나, 우리 정서에 맞게 창조한 정원으로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10년 전 정원박람회 경험이 없던 때에는 해외 사례를 모방하는 데 그쳤으나, 그간 쌓은 노하우로 고유한 정원 모델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별도의 총괄 가드너 없이 직원들과 함께 직접 디자인에 나섰고 도로에서 정원이 된 그린아일랜드, 저류지가 푸른 잔디광장으로 변한 오천 그린광장, 국내 최초 전기 배터리로 운행하는 정원드림호, 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 스테이 등 정원 선진국에도 없던 독보적인 콘텐츠들이 만들어졌다.

정원박람회를 관할하는 기구인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는 지난 9월 순천에서 제75회 정기총회를 열고 정원박람회 현장을 확인한 후, 노관규 시장에게 내년 봄 카타르 총회에서 순천의 노하우를 세계에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교통체증, 안전사고, 잡상인, 바가지요금 없는 탁월한 운영시스템도 주목받았다. 중소도시 한 곳이 통째로 옮겨온 듯 21만명의 관람객이 몰린 날에도 교통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던 바탕에는 최첨단 ICT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관제시스템과 더불어 넉넉한 주차면수 확보, 시내버스 구간 조정, 셔틀버스 운행, 시민들의 자발적인 차량 2부제 운동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합을 이뤘다.

지난 8월에는 이러한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부처 직원들이 정원박람회장을 찾았고, 조직위는 피플 카운팅 시스템, 안전 드론, 웨어러블 CCTV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방안을 적극 전수했다.

정원 조성부터 행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불과 10년 전 유럽의 정원과 사례들을 베껴오기 급급했던 순천이 10년 만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 콘텐츠와 노하우를 수출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순천을 찾으면서 지역 상권에도 훈풍이 불었다. 국가정원 인근 상권뿐만 아니라 원도심 식당에도 재료가 소진돼 조기 마감됐다는 문구가 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박람회의 경제효과는 인근 도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수, 광양, 보성, 구례, 고흥을 찾은 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등 낙수효과가 이어졌다. 

순천시는 박람회 폐막을 앞두고 1000만 관람객 유치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최근 끝없이 펼쳐진 은빛 갈대와 흑두루미의 군무가 아름다운 순천만, 억만 송이 국화와 코스모스가 만개한 국가정원은 여전히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절정에 달한 가을 정원을 보기 위해 이달 일평균 10만 관람객들이 정원박람회장을 찾고 있다. 

조직위는 막바지 관람객들을 위해 폐막 직전까지 다양한 문화공연과 대단위 행사를 준비해 풍성한 추억거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순천시는 박람회가 끝나고도 국가정원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정원에 문화를 덧입히기로 했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정원에 애니메이션 산업을 접목시켜 순천형 디즈니랜드를 만들 계획이다. 이미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예산 2000억원을 확보했고, 연관 기업의 투자를 협의하고 있는 단계다. 이를 통해 순천이 명실공히 남해안벨트 허브도시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원박람회 폐막식은 오는 31일 ‘새로운 시작, The 높게’라는 주제로 열린다. 시는 이날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하게 에너지를 모아준 순천시민을 위한 대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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