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게 커피의 향미를 올바르게 이끌어 내야”

⑤ 정대진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World Coffee Jitgi Championship) 심사위원장
“정성을 기울이는 태도인 '짓기'는 커피 추출의 본질을 담은 용어” 
신진호 기자 2024-07-23 18:27:59

정대진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World Coffee Jitgi Championship) 심사위원장이 2023 경기도세계커피콩축제 세계커피대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편집자 주]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Summer&Fall Season)’가 오는 10월5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시흥시 은계호수 일대에서 열린다.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는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과 세계커피로스팅챔피언십 등 7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빅터뉴스는 WCC 대회 진행 방법과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부문별 심사위원장을 연속적으로 인터뷰했다. 

다섯번째로 정대진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World Coffee Jitgi Championship) 심사위원장을 만나 대회 참가 방법과 심사 기준 등을 물었다.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은 무엇을 겨루는 종목인가.
"한 잔의 완성된 커피를 만드는 마지막 과정이 볶은 커피에서 유익한 성분을 추출하는 단계다. 흔히 브루잉(Brewing)이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품질이 좋은 커피라고 해도 브루잉에서 신중히 처리하지 못하면 향미(Flavor)의 잠재력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없다. 커피에서 어떤 성분을 얼마나 추출할지는 커피 가루와 물의 비율, 분쇄한 커피 가루의 입자 크기, 추출수의 온도, 커피와 물이 만나는 시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커피짓기대회는 출전자가 이러한 추출 변수들을 통제하면서,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어쩌다 한  번 커피를 잘 추출하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커피의 향미적 특징을 파악하고 일관성 있게 향미를 표현해 내는 능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커피짓기’라는 표현이 이채로운데.
"한 잔의 완성된 커피를 만드는 행위를 표현하는 용어로 '짓기'라는 우리말처럼 좋은 용어가 또 있을까? 짓기는 ‘정성을 기울여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커피를 추출한다는 말보다는 약을 짓듯이 마시는 사람의 건강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정성을 기울이는 태도를 담은 '짓기'야말로 커피 추출의 본질을 담은 용어다. 또 시를 짓듯이 고운 정서를 담아내는 것도 커피를 만드는 행위를 일컫는데 매우 적절하다. 이번 대회를 관리 운영하는 커피비평가협회(CCA)는 K-커피 문화를 세계에 차별적으로 널리 알리자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을 개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 이 종목은 어떤 측면에서 커피 문화에 이바지하는가.
"커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데 대회처럼 좋은 장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회에서 시연하는 선수들을 따라 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커피 성분을 올바르게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커피를 잘 짓기 위해 감(感)에 의존하지 말고, 사용하는 커피와 물의 양을 저울로 측정하고 시간을 재면서 커피를 만들면 향미의 잠재력을 올바르게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의 커피 문화에는 그릇된 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아무것도 측정하지 않고 자신의 감각만으로 커피를 짓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풍토다. 한 잔의 커피는 어떤 품질의 커피 원두를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커피를 지을 때는 동작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위 '손맛을 내는 것'도 모든 변수를 측정해 통제하는 범위 내에서 발휘해야 하는 자율성인 것이다."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World Coffee Jitgi Championship) 참가자가 드리퍼에 물을 부으며 커피를 짓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의 경험이 어떤 점에서 유익한가.
"대회를 위해 훈련하는 과정에서 커피 짓기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겠다. 대회 규정집에 밝혔지만, 짓기 대회에 참가하려면 사전에 지정된 원두의 관능적 특성을 파악해 추출 도구를 선정하고 어떻게 추출할지를 디자인해 제출해야 한다. 선수들이 단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향미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해석해 내는 능력을 커피 짓기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커피의 맛을 모르면 짓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커피가 내 몸으로 들어와 어떤 현상을 불러일으키는지, 곧 커피의 본성과 가치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회 참가 신청 절차와 방법은.
"오는 8월4일 오후 6시까지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제출하면 된다. 예선 참가비(10만원)를 내면 4종의 지정 생두를 500g씩 받을 수 있다. 그것을 볶고 지어서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예선 대회는 8월19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시흥시 은계중앙로에 있는 ‘아마츄어작업실’ 1층에서 진행된다. 예선에 참여하는 선수는 제공받는 4종의 생두 중 하나를 선택해 로스팅한 후 원두에 대한 추출 디자인 양식을 대회운영위에 7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규정집을 참조하면 된다."

정대진 세계커피짓기챔피언십(World Coffee Jitgi Championship) 위원장(왼쪽)이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본선과 결선 일정과 준비사항은.
"예선에서 성적순으로 15명만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 대회는 9월20일 예선전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본선 참가 비용(12만원)을 내고 등록하면 지정 생두 6종을 500g씩 받게 된다. 본선 진출자 전원에게는 입상 인증서(PDF)가 수여된다. 결선을 거쳐 상위 3명이 가려지는데, 이들에게는 상패와 국회의원상이 수여되고, 우승자에게는 'CIA플레이버마스터 교육 과정(1000달러, 한화 139만원)'을 등록하고 수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CIA는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적 명문 요리대학교다. 강의는 서울에서 진행된다. 다만 우승자가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다면 온라인 등록비와 필기 시험비(25만원)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본선과 결선에서는 사전에 추출 디자인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커피를 지으면서 발표를 해야 한다."

-지난 대회를 치르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소개한다면.
"매번 대회에서 느끼는 것인데, 예선전과 본선, 결선 때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놀랍다. 한 달밖에 안 되는 기간이지만, 커피를 집중해 탐구한 덕분인지 커피를 이해하는 수준이 겉보기에도 쉽게 느껴질 정도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회의 효력을 확신한다. 누구나 일관성 있게 커피를 브루잉한다면 커피 생두가 지닌 잠재력을 커피 짓기를 통해 깨우칠 수 있다. 그런 점을 매번 대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이 종목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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