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놀라운 인도네시아 커피의 향미

테이스팅 통해 기존 품질 낮다는 인식 깨져 
만델링 깨끗하면서도 단맛과 신맛의 조화
가요, 발리, 플로레스 커피도 맛과 향 뛰어나 
신진호 기자 2025-06-06 22:26:02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인도네시아 커피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 한 이체 아그로 인도네시아(iCeh Agro Indonesia) 무함마드 레자 하니(Muhammad Reza Hani) 대표와 칼데라커피(Calderacoffee) 줄리아나 데위(Juliana Dewi) 대표, 이멜라 자야 베르사마(Imela Jaya Bersama) 멜리사 엔드라(Melisa Endra) 대표(오른쪽부터)가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원과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학생들 함께 찻잔에 담긴 커피를 음미하고 있다. 

커피 테이스팅(Tasting)에서 최고의 적(敵)은 선입관이다. 향미(Flavor) 평가를 망치는 것은 물론 커피 생산국의 이미지를 안 좋게 고착화시키기 때문이다.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원과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학생 등 커피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인도네시아 커피 테이스팅 행사도 이런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하루 전 행사를 통보받으면서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대표하는 최고 등급의 만델링(Mandailing)이나 자바(Java)를 마셔 봤지만 그리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습도가 놓아 커피 건조에 불리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가공 방식이 커피 체리의 점액질까지 제거해 1차로 말린 뒤 다시 제분소에서 파치먼트(Parchment)를 벗겨 2차 건조시키는 웻훌드(Wet Hulled) 또는 길링 바사(Giling Basah)다. 웻훌드는 한 달 정도의 빠른 시간에 건조시켜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벼의 겨(껍질)같은 파치먼트까지 벗기다 보니 효모나 박테리아에 취약하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마실 때 뜬내(Moldy)나 찌르는 듯 퀴퀴한 냄새(Musty)가 나는 이유다.  

이번에 테이스팅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3개 커피 회사가 참여해 8개 커피가 제공되었다. 

이체 아그로 인도네시아(iCeh Agro Indonesia) 무함마드 레자 하니(Muhammad Reza Hani) 대표는 자신을 농장주이면서 농부라고 소개했다. 레자 대표의 농장은 수마트라(Sumatra) 중부 가요(Gayo) 고원 지역인 아체(Aceh) 베네르 메리아(Bener Meriah)에 자라잡고 있는데, 해발 1400~1800m에 이른다.

그는 “아리비카 커피를 내추럴(Natural)과 소프트 와이니(Soft Winey), 웻훌드 방식으로 가공을 한다”며 “웰훌드 프로세싱은 커피 체리를 따서 3시간 동안 수조에 담가 놓은 뒤 닦아(Washing) 함수율이 13%될 때까지 말리고, 결점두(Defect)를 3차례에 걸쳐 손으로 골라낸다”고 설명했다. 이체의 커피는 스타벅스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 수출된다.

이체의 ‘수마트라 가요(Sumatra Gayo)’는 모두 카티모르(Catimor)와 팀팀(Tim-Tim), 보르보르(Borbor)를 브렌딩(Blending)한 것으로, 가공법이 모두 달라 향미 특성에서 차이를 보였다.

내추럴로 가공한 수마트라 가요는 산미(Acidity)가 높으면서 레드 와인(Red Wine)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나며, 너무 달지 않은 달고나가 연상됐다. 바디(Body)는 헤비(Heavy).

소프트 와이니(Soft Winey) 가공 방법은 체리를 20일 동안 내추럴 방식으로 말린 뒤 1주일 동안 무산소발효(Anaerobic)한 것으로, 레드 와인과 말린 자두(Prune), 스파이스(Spices), 열대 과일의 향미가 느껴졌다. 바디는 미디엄(Midium) 플러스(+). 생산자가 기록한 커핑 노트를 보니 꽃향(Floral)과 바나나/잭프루티(Jack Fruity), 시큼함(Sourly, Vinegar), 파인애플로 묘사했다.

웻훌드 가공 방식 커피는 아로마(Aroma)에서 참기름과 같은 고소함이 묻어났고, 산미는 낮으면서 단맛(Sweetness)이 돋보였다. 내추럴이나 소프트 와이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구마와 감자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디는 미디엄.

칼데라커피(Calderacoffee) 줄리아나 데위(Juliana Dewi) 대표는 자신을 로스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2년 창업하면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하고 있다”며 “이번 테이스팅 행사는 아시아에서 처음 이뤄지는데, 이런 관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칼데라커피는 만델링과 토라자(Toraja) 등 7개 지역에서 생산한 커피를 판매한다.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인도네시아 커피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다.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앞 오른쪽)이 인도네시아 지역 특성과 커피 등을 설명하고 있다. 

데위 대표가 첫 번째 선보인 커피는 만델링(Mandailing). 이 커피는 북수마트라 만델링 고원지대 해발 1000~1200m에서 재배한 아라비카다. 첫 모금을 넘기자 깨끗하다(Clean)는 느낌과 함께 산미와 단맛이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만델링이 이렇게 맛있었나”라고 놀랐다. 캐러멜 맛이 느껴지면서 여운(Aftertaste)도 길었다. 바디는 미디엄. 지금까지 먹어본 만델링 가운데 최고였고, 인도네시아 커피의 격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고 느꼈다.

두 번째 커피는 발리 킨타마니(Bali Kintamani). 이 커피는 발리 킨타마니 고원에서 자라는데, 농장은 해발 900~1500m에 위치한다. 킨타마니는 정숙한 여인처럼 산미가 강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과일향도 입안에서 은은히 퍼졌고, 바디도 미디엄 정도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커피 중 하나면서 일본 사람들이 사랑하는 커피라고 한다.

세 번째 커피는 토라자(Toraja). 남술라웨시(South Sulawesi)섬 내륙에 위치한 토라자에서 생산된 커피로, 산미는 높지 않고 꽃과 과일의 뉘앙스가 많이 풍겼다. 단맛도 좋아 꿀고구마 느낌이 났다. 바디는 미디엄. 데위 대표는 “한국인 입맛에 맞을 커피”라고 말했다.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인도네시아 커피 테이스팅 행사에서 소개된 다양한 인도네시아 커피 생두와 원두. 야생에서 채취한 사향고양이 커피인 와일드 루왁(Wild Luwak, 왼쪽)도 선보였다.

이멜라 자야 베르사마(Imela Jaya Bersama) 멜리사 엔드라(Melisa Endra) 대표(공동 창업자)는 “인도네시아 커피는 생산량이 많지만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리를 따고(Picking) 말리는 과정 등 농부들을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내추럴 방식으로 커피를 생산하고 있지만 무산소발효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엔드라 대표가 주력 상품이라고 꼽은 커피는 소코리아(Sokoria). 이 커피는 플로레스(Flores) 섬에서 재배한 아라비카를 내추럴로 1차 가공한 뒤 무산소발효를 거쳤다. 커피를 마시자 산미가 높고 레드 와인 느낌이 나면서 꽃과 과일의 향이 입과 코를 자극했다. 단맛이 길게 이어질 정도로 여운이 좋았다. 바디는 미디엄 플러스.

에드라 대표가 소개한 두 번째 커피는 웨스트 자바(West Java). 아로마를 맡자 딸기향이 퍼졌고, 향미는 레드 와인과 열대 과일이 느껴지면서 산미와 단맛이 조화로웠다. 바디는 미디엄.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은 “오늘 인도네시아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면모는 최근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커피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커피애호가들이 재배지마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커피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되도록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의 커피를 애용하면서 친환경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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