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모작’은 필수가 됐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비자발적 퇴직은 2모작 인생을 강요당하는 것을 넘어 인생의 재앙이다. 회사에서 짤렸다는 분노감과 패배감, 월급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한순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앙을 딛고 공유오피스 비욘드워크(Beyond Work) 문대희(46) 대표는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문 대표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퇴직 후 삶을 생각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며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자산을 어느 정도는 축적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나생명에서 영업기획 업무를 담당하던 문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재였다. 푸르덴셜생명에서 스카우트되어 왔고, 자신의 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라이나생명 상사는 어는 순간 돌변했다. 문 대표는 인사고과에서 최고 점수를 받다 저성과자로 분류됐다. 이유도 없었다. 단지 상사가 자신을 견제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2019년 회사를 나갈지, 굴욕을 감내하고 남아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문 대표는 일단 육아휴직을 했다. 직장에 헌신했지만 버려졌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문 대표는 “직장인은 소속감이 중요한데, 한순간에 나갈 직장이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고 씁쓸해 했다.
문 대표는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다행히 2013년부터 경매 공부를 하면서 부동산 투자에 눈이 뜬 상태였다. 그는 “전세금 2억원 가운데 1억8000만원을 종자돈으로 경매를 통해 빌라를 낙찰 받으면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며 “단기 차액이 아닌 중장기로 투자를 하면서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당시 유행하던 스터디카페 창업도 고민해봤지만 포화상태라는 판단이었다. 공유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공유오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문 대표는 “직장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사무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내가 원하는 사무실을 만들면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2020년 6월 회사 문을 나서면서 공유오피스는 위워크(We Work)처럼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지만 지역 내 수요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집과 가까운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9층 건물 가운데 한 개 층을 계약했다.
문 대표는 설계를 직접 했다. 동선과 회의실·사무기기 배치, 개별 사무실 인테리어 등 세세한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사무실을 단순히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창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신경을 쓰니 사업이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게 됐다. 문 대표는 “창업자들이 사무실에 오면 다른 곳처럼 계약서를 내밀고 사인을 받는 것이 아닌, 사무실 투어에 이어 저희가 창업자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저희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30분정도 설명하면 계약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면서 사업이 탄탄대로를 달렸다. 6개월 만에 한 개 층을 확장한데 이어 창업 2년도 안 돼 3개 층으로 영토를 넓혔다. 문 대표는 패션업 창업자들이 제품 사진을 찍어 마케팅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만든데 이어 유튜브 스튜디오와 화상 강의실, 소규모 창고 등 각 층을 특색 있게 꾸몄다.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되면서 비욘드워크를 프랜차이즈 하자는 제안도 받고 있을 정도다.
비자발적 퇴직 2년 만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문 대표에게 “만약 전 직장에서 고과를 제대로 받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당연히 회사 잘 다녔고, ‘회사형 인간’으로 충실히 살았을 것”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강제 퇴직이 없었으면 가족의 소중함도, ‘자유민’의 삶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고과를 나쁘게 준 선배가 고맙게 느껴진다”며 “그 선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지금도 회사에 다니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노예’로서의 비참한 삶에 대한 불만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회사가 필요 없다고 통보할 때 당황하지 말고, 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평소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의 꿈은 이제 지역을 벗어나 창업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으로 커졌다. 그는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세무, 법무, 마케팅 등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직장인이면 누구나 절벽에서 점프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제가 먼저 해봤기에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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