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하와이 신혼여행지를 떠올린 코나 프라임

누구나 마시고 싶어 하지만 생산량 미미
원두 10%만 들어가도 ‘코나 커피’ 인정
재스민, 장미, 초콜릿, 라임 등 향미 좋아
신진호 기자 2023-04-15 19:30:10
커피 하이엔드(High end)의 결정판 하와이 코나. 최적의 떼아루(Terrior)에서 자라 아로마(Aroma)와 향미(Flavor)가 뛰어나 누구나 마시고 싶어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500t에 불과한 희소성으로 가격이 높다. 기자가 하아와에서 갓 들어온 코나 프라임(Prime) 냄새를 맡으며 생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세계에서 코나(Kona)만큼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 하는 커피는 없다. 생산량이 워낙 적어 국제커피기구(ICO)의 생산량 통계로도 잘 잡히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코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연간 500t 정도인데, 이는 2021/22 커피 연도의 세계 커피 총생산량 1003만200t의 0.0498%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코나 코피의 존재감은 하늘을 찌른다.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커피로도 유명한 코나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맨 모카 마타하리와 더블어 톱 클라스 반열에 올라 있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하와이 주 정부는 묘안을 짜냈다. 원하는 모든 사람이 코나를 마실수 있도록 ’코나 브렌드(blends)’를 허용한 것이다. 즉 어떤 커피든 ‘코나 원두 10%’만 섞여 있으면 ‘코나 커피’가 된다. 하와이 법은 라벨에 코나 커피의 비율만 표시하고 다른 커피의 원산지 표시는 요구하지 않아 저가의 커피를 섞어도 상관이 없다.  

코나 커피가 자라는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인 빅 아일랜드(하단). '코나 커피 벨트’라고 부르는 후알랄라이 산(Hualalai Mountain)과 마우나(Mauna Loa)의 토양과 기후는 커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떼아루(terroir)라는 평가다. 지도=구글 캡쳐

코나 커피는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인 빅 아일랜드 서쪽 해안 지역인 후알랄라이 산(Hualalai Mountain)과 마우나(Mauna Loa)에서 자란다. ‘코나 커피 벨트’라고 부르는 이 지역은 토양과 기후 등 커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떼아루(terroir)를 갖추고 있다. 화산 토양이라 미네랄이 풍부하면서 배수가 잘 되고, 강수량도 연평균 1500㎜에 달할 정도로 충분하다. 

해발 고도가 93~975m로 아라비카(Arabica)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오후 1~2시만 되면 구름이 생겨 커피 나무에 자연스럽게 그늘이 드리워지는 ‘프리 셰이드(Free Shade)’ 현상도 나타난다. 또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4도로 높아 커피가 웃자라지 않아 향미(Flavor)가 좋다.

코나 프라임(Prime)의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코나는 가격대가 높아  프라임 조차도 일반인들이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다. 

코나 등급은 크기에 따라 코나 엑스트라 팬시(Kona Extra Fancy)와 코나 팬시, 코나 넘버원(Number One), 코나 셀렉트(Select), 코나 프라임(Prime)으로 나뉜다. 코나는 가격대가 높아  프라임 조차도 일반인들이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른 커피가 섞이지 않은 100% 코나 프라임으로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핸드밀로 원두를 분쇄하니 스파이스(Spices)하면서도 재스민, 장미(Rose) 등의 아로마가 퍼졌다.

첫 번째 테이스팅에서 너무 강하지 않은 초콜릿과 견과류(Nutty) 맛, 장미향도 느꼈다. 산미는 약간 강한 라임(Lime)이 연상됐다. 두 번째 테이스팅에서는 견과류 중에서도 아몬드 맛을 강하게 느꼈고, 마지막 테이스팅에서는 입에 꽉찬 느낌이 들면서 바디(Body)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나를 마시고 난뒤 입술에 단맛을 느낄 정도로 여운(Aftertasting)이 좋았고, 코나의 색깔(Color)로 보라색이 떠올랐다.  

테이스팅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8, Floral 8, Fruit 8, Sour 1, Nutty 8, Toast 8, Burnt 1, Earth 1, Acidity 8, Body 8, Texture 8, Flavor 8, Aftertasting 8,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9, Sweetness 8, Bitterness 1, Balance 8, Defect None(없음). 

테이스팅이 진행되면서 코나 프라임은 나를 20년 전 신혼 여행지였던 하와이로 안내했다. 하와이의 찬란한 태양과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을 즐기려고 컨버터블을 렌트했지만 볕이 너무 강해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약간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시내버스를 타고 진주만 등 관광지를 다녔던 즐거운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중에서도 해안가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마셨던 한 잔의 코나가 생각났다. 비록 10%짜리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한 값싼 코나를 마셨지만 붉은 풍광과 어우러지면서 나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그래서 커피는 감동이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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