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뉴크롭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영접'

워시드·내추럴 가공법에 따라 산미·과일향 등 향미 달라 
비행기 안에서 먹는 초콜릿이 연상될 정도로 매력 만점 
신진호 기자 2023-09-17 11:07:12
오랜 기다림 끝에 2022/2023커피시즌 에티오피아 구지(Guji) 햇커피(New Crops)를 만났다. 이들은 해발 고도 2011~2350m 우라가(Uraga) 지역에서 자란 1등급(Grade1) 커피다. 

품종은 에디오피아 재래종(Heirloom)으로 같지만, 가공방식이 워시드(Washed)와 내추럴(Natural)로 다르다.

에티오피아 구지(Guji) 우라가(Uraga) 테로(Tero) 농장에서 작업자들이 2022/2023커피시즌에 수확한 햇커피를 수조(水槽)에서 점액질을 뺀 뒤 베드(Bed)에 올려 말리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가공방식이 다른 만큼 농장도 다르다. 워시드는 테로(Tero) 농장에서 생산된 것인데, 인근의 소규모 자작농들이 키운 커피도 이곳에서 가공된다. 

내추럴 생산자는 비르하누 테클루 마리보(Birhanu Teklu Maribo). 마리보는 커피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화학 물질과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해 수확한 쌀로 갓 지은 밥이 맛있듯, 커피도 그해 수확한 생두를 갓 로스팅해 마셔야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부 커피 상인들은 생두를 2~3년 묵혀 발효시켜 마시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지만, 수분이 빠져 나간 커피는 묵은내가 나고 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고에 비축해 놓은 정부미의 밥맛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우라가 워시드 커피를 테이스팅했다. 핸드밀로 분쇄하니 스파이스(Spice)와 함께 고소한 견과류(Nutty)가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빵 굽는 냄새도 퍼졌다.

커피를 추출한 뒤 천천히 마시자 견과류(Nutty) 맛이 느껴지면서 자몽류의 산미를 느꼈다. 커피 색깔은 갈색처럼 진했지만 묵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향미에서도 아로마처럼 빵굽는 냄새가 났다. 곡류(Grain)를 볶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초콜릿의 향미를 느꼈다. 

1시간 정도가 지난 후 우라가 내추럴 테이스팅에 들어갔다. 분쇄하자 워시드보다 훨씬 강한 아로마와 함께 꽃향(Floral), 과일향(Fruity)의 아로마가 퍼졌다. 

물을 붓고 추출한 커피를 마시자 오렌지의 상큼한 산미가 오르면서 묵직한 다크 초콜릿을 먹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에티오피아 구지(Guji) 우라가(Uraga) 비르하누 테클루 농장(Birhanu Teklu) 농장에서 작업자들이 2022/2023커피시즌에 수확한 햇커피를 체리채 베드(Bed)에 올려 말리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좀 더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날 2잔을 동시에 내려 테이스팅을 해봤다. 아로마에서는 내추럴이 워시드보다 꽃향과 과일향이 더욱 풍성했고, 향미에서는 공통적으로 초콜릿 맛을 느꼈지만 내추럴은 다크 초콜릿의 진한 맛이 배어났다. 또한 워시드는 자두(Prune)를 먹는 듯 했지만 내추럴 구지는 베리류(Berry)의 향미가 풍겼다. 

커피를 식혀 마시니 워시드와 내추럴 구지의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디감은 워시드가 라이트(Light)했고 내추럴은 묵직했다. 워시드는 라이트한 신맛이 주된 맛으로 느껴졌지만 내추럴은 버터의 구수한 맛과 함께 산미도 워시드보다 경쾌했다. 여운(Aftertaste) 또한 내추럴이 길고 오래갔다.

몇 번의 테이스팅이 더 이어진 가운데 두 커피 모두 향미가 훌륭하지만 내추럴 가공법이 훨씬 향미가 좋다고 느꼈다. 워시드 구지 우라가의 향미가 '소총'이라면 내추럴은 '대포' 같은 강력한 화력을 뿜었다.

에티오피아 구지(Guji) 우라가(Uraga) 워시드(Washed)에서 자몽, 견과류(Nutty), 곡류(Grain), 초콜릿의 향미가 난다.  

구지 우라가 워시드의 테이스팅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7, Floral 7, Fruit 7,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7, Body 7, Texture 7, Flavor 7.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

에티오피아 구지(Guji) 우라가(Uraga) 내추럴(Natural)은 워시드보다 꽃향(Floral), 과일향(Fruity) 등의 아로마가 풍부하고, 오렌지와 다크 초콜릿, 베리류(Berry)의 향미가 풍긴다. 여운(Aftertaste) 또한 내추럴이 워시드보다 길고 깊다. 

구지 우라가 내추럴의 테이스팅 점수는 워시드보다 1점 높게 매겼다. 

Aroma 8, Floral 8, Fruit 8, Sour 1, Nutty 8, Toast 8, Burnt 1, Earth 1, Acidity 8, Body 8, Texture 8, Flavor 8.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8, Sweetness 8, Bitterness 1, Balance 8, Defect None. 

테이스팅을 마치고 생산자들이 평가한 테이스팅 노트(Tasting Note)를 살펴봤다. 워시드는 아몬드와 오렌지, 복숭아, 헤이즐넛, 재스민으로, 내추럴은 카카오닙스와 파인애플, 로즈, 블랙베리, 시나몬으로 각각 평가했다.

워시드와 내추럴 구지 우라가를 마시며 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초콜릿을 먹는 행복감을 느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즐거움으로 마음이 충만한 가운데 입뿐만 아니라 뇌까지 즐겁게 하는 단맛의 결정체인 초콜릿을 먹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다.

워시드의 색깔은 밤색(Brown), 내추럴은 짙은 갈색(Dark Brown)으로 시각적으로 색깔(Color)이 표현됐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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