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마전' 전락한 '최정우 포스코'

수백만원짜리 와인에 골프…흥청망청 해외 이사회
"인원 30명 달해 비용 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괘변
직무태만에 배임, 횡령 가능성… 경찰 수사 주목 이유
김두윤 기자 2024-01-22 20:46:05
한 끼에 수천만원, 50분 거리 이동에 2억원대 전세 헬기, 숙박은 최고급 호텔. 이렇게 5박6일 동안 쓴 돈만 약 7억원. 어느 재벌가나 왕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이사진이 참가한 ‘초호화 캐나다 이사회’의 전경이다. 이들은 2019년 ‘백두산 이사회’때도 비슷한 일정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 '호화 별장' 논란도 있다.

관건은 포스코그룹이 사외이사들에게 왜 이렇게 후한 대접을 했을까다. 세간에선 이들이 포스코그룹 회장을 선출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후보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최 회장은 막판까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사회도 최 회장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해 이사회는 현직 회장 우선 심사제를 폐지하면서 동시에 현직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덕분에 최 회장은 연임 의사 표명 없이도 유력 후보로 거론될 수 있었다. 

후추위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지원 직원까지 3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가하면서 비용이 큰 것처럼 보인다"며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한다"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골프나 고급 와인 등 디테일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궁색한 변명과 다름이 없다. 근본적으로 직무 태만이면서 배임, 횡령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태풍 ‘카눈’ 북상으로 비상에 걸렸음에도 경영진과 캐나다로 떠나 호화로운 일정을 보냈다. 이들이 일정을 만류하거나 수정을 요청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더욱이 태풍 '힌남노' 피해로 고로가 멈춰선 지 불과 1년도 안된 시점이었다.

또한 당시 포스코는 비상경영 상태였다. 경영지침에 따라 직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었다. 노사갈등으로 파업위기까지 몰린 것도 결국 수익성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는 은밀히 해외로 나가 회삿돈을 펑펑 썼다.

이들이 캐나다서 쓴 돈은 약 6억8000만원이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 기간제를 포함한 포스코 직원은 1만7733명으로 1인당 3만8000원으로 나눌 수 있는 금액이다. 포스코홀딩스 직원은 473명으로 1인당 143만원에 달한다. 만약 이 돈을 임금 조정에 보탰다면 임단협서 노사 이견 조율은 더욱 빨라졌을 수도 있다.

최 회장과 이사진은 이렇게 큰 돈을 5박6일만에 모두 써버렸다. 일정도 이사회 단 한번에 골프나 식사 등 관광이 대부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대체 어떤 목소리를 냈는가. 외압 제기에 앞서 이같은 물음표에 대한 납득 가능한 해명을 내놓는 것이 순서였다.

부실한 해명은 의구심만 더욱 키일 뿐이다. 이제라도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경영 견제와 감시라는 존재 이유를 곱씹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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