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품종별 커피의 향미 몸으로 기억해요”

양근혁 ‘2024 GSC 커피마스터 커핑대회’ 우승자
“준비 과정 고통스럽지만 성취감 커 도전 계속할 터”
신진호 기자 2024-07-28 09:39:35

‘2024 GSC 커피마스터 커핑대회’ 우승자인 양근혁 커피비평가협회(CCA) 인스트럭터(Instructor)가 스푼을 들고 커핑을 하고 있다. 
 
양근혁(34) 커피비평가협회(CCA) 인스트럭터(Instructor)는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열린 ‘2024 GSC 커피 마스터 커핑대회’ 우승자다. 커핑 대회 출전 3번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줘 커피 업계를 놀라게 했다.

보통 한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자신의 명성에 누가될까 다른 대회 출전을 주저하지만 양 인스트럭터는 새로운 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양 인스트럭터는 2022년 CIA플레이버 마스터 자격을 얻은 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점검해보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4~6월 열린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커핑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첫 대회라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커피 맛을 구별하는데 신경 쓰기보다 정답지를 빨리 제출해야 한다는 조급이 앞서 6세트 중 3세트만 맞춰 예선 탈락했다. 

지난해 9월 월간커피가 주관하는 코리아커피리그에 두 번째로 참가한 양 인스트럭터는 예선은 통과했지만 본선에서 떨어졌다. 양 인스트럭터는 원두 로스팅을 색도계인 아그트론(Agtron) 수치에 맞춰 대회를 준비했지만 본선에서 라이트(Light) 로스팅 원두가 나와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이전까지는 로스팅이 아닌 국가나 농장별로 커피 향미 차이를 기억했다”며 “로스팅 정도가 미세하게 달라져도 향미가 완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고 회고했다.

두 번의 패배로 연습 방법을 바꾸고 강도를 높였다. 1주일에 3일 이상 하루 14~15시간을 연습하며 커피 향미를 찾는데 집중했다. 양 인스트럭터는 “커피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미가 있다”며 “하루 20종의 커피를 테이스팅 하면서 뉘앙스를 잡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커피에서 딸기 향과 버터 향을 느낄 때 각각의 향미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이건 딸기 케이크야’라고 뭉쳐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GSC 커피마스터 커핑대회는 예선에서 20종을 고시한 뒤 6세트 트라이엥귤레이션(Triangulation·3컵 중 다른 한 컵을 골라내는 방식)과 트라이엥귤레이션을 통해 구분된 커피의 국가를 맞춰 이를 합산한 점수로 승자를 가린다. 본선에서는 24종의 커피를 고시하고 8세트 모두 트라이엥귤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4 GSC 커피마스터 커핑대회’ 우승자인 양근혁 커피비평가협회(CCA) 인스트럭터(Instructor)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며 드리퍼에 장착된 종이필터를 뜨거운 물로 고르게 적시는 린싱(Rinsing)을 하고 있다.

양 인스트럭터는 최고 테이스팅 방법은 ‘몸에 기억시키기’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할 때 보통 국가별로 묶어 그룹핑(Grouping)을 하지만 한 국가에서도 품종별로 2~3종이 출제되어 결국 많이 테이스팅을 해보고 향미를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인스트럭터는 540명이 겨룬 예선에서는 19등으로 본선에 올랐지만 4등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8컵 모두 3분43초에 맞춰 2위와 시간으로는 30초 앞서, 컵 수로는 한 컵 차이를 보이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다. 

양 인스트럭터는 오는 9월 열리는 코리아커피리그에 다시 도전한다. 그는 “대회마다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제가 커피 테이스팅하는 방법이 옳은지, 스스로를 계속 증명하는 과정이 재미있다”며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만 성취감이 커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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