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집에서 건강한 ‘클린 커피’ 즐겨요”

③ 가정용 로스터 ‘팻보이(Phat Boy)’ 사용 리뷰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주는 것만으로 각종 오염물질 제거
로스팅 시간 기존 생두와 차이 없지만 향미는 약간 손실  
신진호 기자 2024-08-05 12:22:52

에티오피아 우라가를 체에 넣고 흐르는 물에 씻어 로스팅하면 건강에 좋은 '클린(Clean) 커피'를 얻을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클린(Clean) 커피'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건강한 커피'인 클린 커피는 생두에 붙어 있는 잔류 농약과 곰팡이 등 각종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프로세싱(Processing)한 커피다. 재(再)프로세싱 과정은 어렵지 않다.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해 가정에서도 할 수 있다. 로스팅 시간은 기존 생두와 별 차이 없지만 복합미가 약간 사라지면서 향미는 단조로울 수 있다.  

에티오피아 우라가 내추럴(왼쪽) 80g을 물로 살짝 씻은 뒤 키친 타올에 말려(왼쪽 두번째) 홈로스터인 팻보이로 로스팅하니 67.5g의 원두가 배출됐다. 

에티오피아 구지(Guji) 우라가(Uraga) G1 내추럴(Natural)과 케냐 니에리 기차싸이니(Nyeri Gichathaini) 워시드(Washed)를 씻어 재가공한 뒤 향미를 비교해 봤다. 배치(Batch) 사이즈는 80g, 로스터는 팻보이(Phat Boy)를 이용했다. 

먼저 우라가를 체에 담아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 짧게 세척했다. 밑에 밭쳐둔 그릇에 노란색 물이 떨어지면서 부유물이 떠 다녔다. 키친 타올에 생두를 올려놓고 물기를 닦아 냈다. 생두 표면에 점액질(Mucilage)이 살짝 올라오면서 신맛과 단맛이 혼합된 발효향이 났다. 이는 우라가가 체리 상태로 말려 껍질을 벗겨내는 허스킹(Husking)을 거친 내추럴 생두라,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두를 팻보이에 넣고 [DARK] 버튼을 눌렀다. 2분30초에 너티(Nutty) 향이 올라왔다. 씻지 않는 생두에서 느꼈던 고추 같은 '찌르는 향'이 나지 않고 훨씬 구수한 향이 느껴졌다. 7분40초에 첫 팝핑(Popping)됐고, 10여초 후 ‘타타다탁’하며 활발한 소리가 들렸다. 9분에 [MED]로 전환한 뒤 10분30초에 쿨링(Cooling) 버튼을 눌렀고, 로스팅은 11분30초에 마쳤다. 배출된 원두는 67.5g이었다.

케냐 기차싸이니 워시드(왼쪽) 80g을 물로 씻은 뒤 키친 타올에 말려(왼쪽 두번째) 홈로스터인 팻보이로 로스팅하니 69.3g의 원두를 얻었다. 

케냐 기차싸이니도 우라가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체에 밭쳐 30초간 흐르는 물에 씻었다. 우라가와 차이는 씻긴 물이 노랗게 변하지 않았고, 부유물도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키친 타올에서 말렸을 때도 점액질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는 워시드 가공 과정에서 점액질이 거의 제거됐기 때문이다. 팻보이에 넣고 [DARK] 버튼을 누르자 2분30초에 너티향이 느껴졌고, 7분40초에 탄내가 나면서 8분5초에 팝핑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우라가처럼 9분에 [MED]로 전환한 뒤 11분30초에 로스팅을 마쳤다. 배출된 원두 무게를 재어 보니 69.3g이었다.

에티오피아 우라가(왼쪽)와 케냐 기차싸이니 씻은 물을 이틀간 와인 잔에 담아 둔 뒤 변화 모습. 우라가 잔에는 점액질 등 노란색 물질이 가라 앉아 있었고, 기차싸이니 잔에는 실버스킨(Silver skin)으로 추정되는 가루가 모래처럼 반짝였다.

부유물을 비교하기 위해 이틀간 와인 잔에 담아뒀다. 우라가를 씻은 물 바닥에는 점액질 등 노란색 물질이 가라 앉아 있었고, 기차싸이니 잔 바닥에는 많지 않았지만 생두를 감싸고 있는 실버스킨(Silver skin)으로 추정되는 가루가 모래처럼 반짝였다.

로스팅한 원두에서 충분히 가스가 빠져 나가길 3일간 기다린 뒤 테이스팅을 해봤다. 우라가를 핸드밀로 분쇄하자 꽃과 과일향이 피어오르며 스파이스(Spice)가 느껴졌다. 향미에서는 코코아와 베리(Berry), 자몽의 산미가 났지만 우라가 내추럴의 특유의 복합미를 느낄 수 가 없었다. ‘밋밋하다’는 느낌과 함께 웨하스를 먹는 듯 ‘개성이 사라진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디(Body)는 미디엄(Midium).   

기차싸이니 향미 평가에서도 특성을 찾을 수 없었다. 아로마는 너티와 스파이스, 향미는 코코아와 오렌지, 바디는 미디엄으로 평가됐지만 기차싸이니 특유의 진한 포도와 같은 향미가 나지 않았다. 산미도 새콤달콤하지 않고 무난했다.

‘크린 커피’를 첫 시험해 본 뒤 커피를 마실 때 건강을 생각할 지, 향미를 추구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은 "생두를 물로 씻어 볶으면 다량의 수증기가 향미 성분들을 함께 끌고 나가기 때문에 잔에 담기는 커피의 향미가 풍성함에서 손해를 보기는 한다"면서 "하지만 생두에 묻어 있는 미세물질들이 세척돼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줄어들에 건강에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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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순
    박영순 2024-08-06 11:02:53
    와우~~ 신선한 시도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