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경쾌·상쾌·발랄한 라 루이사 카투라

세계커피대회(WCC) ‘K-커피 어워드’ 워시드(Washed) 1위 올라
과테말라 게샤, 하와이 SL34, 하와이 파카마라, 하와이 게샤 순
신진호 기자 2024-09-13 07:59:13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Summer&Fall Season)’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 ‘K-커피 어워드’ 워시드 (Washed) 부문에서 게샤(Gesha)를 누르고 콜롬비아(Colombia) 라 루이사(La Luisa) 카투라(Caturra)가 1위에 올랐다.

‘이변인가, 필연인가?’
오는 10월 5일부터 이틀간 시흥시 은계호수공원 일대에서 개최되는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Summer&Fall Season)’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 ‘K-커피 어워드’ 워시드 (Washed) TOP 10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이다. 향미(Flavor)가 뛰어나 세계적인 커피로 떠오른 게샤(Gesha)를 누르고 1등에 오른 것은 의외로 흔하디흔한 카투라(Caturra)였기 때문이다. 

어떤 요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궁금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끝난 뒤 1등부터 5등까지 테이스팅을 해봤다. 테이스팅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첫 번째 테이스팅은 5개 품종을 20g씩 미뇽(Mignon) 싱글도즈(Single Dose)에 갈아 추출한 뒤 텀블러에 담아 다섯 잔을 놓고 평가했다. 이틀 후 두 번째 테이스팅은 5개 품종을 10g씩 같은 그라인드로 분쇄해 진행했다. 

콜롬비아 라 루이사(La Luisa) 카투라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1위에 오른 콜롬비아(Colombia) 라 루이사(La Luisa) 카투라는 분쇄 후 아로마(Aroma)부터 다른 품종을 압도했다. 꽃(Floral)과 과일(Fruits) 향이 진했고, 단맛(Sweet)도 올라왔다. 산미는 자몽과 오렌지 정도였고, 초콜릿과 꿀(Honey) 등 다양한 향미(Flavor)가 느껴졌다. 바디(Body)는 미디엄.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담고 있다 목으로 넘기면 침샘을 자극해 입안에 침이 고일정도로 단맛과 산미(Acidity)가 조화를 이루었다. 워시드 특유의 깔끔함도 돋보였다. 라 루이사 카투라는 정말 ‘경쾌, 상쾌, 발랄’해 기분을 한 단계 업(Up)시켜줬다.

과테말라 엘 카스카할(El Cascajal) 게샤(Gesha) 생두(왼쪽)과 로스팅한 원두.

2위 과테말라 엘 카스카할(El Cascajal) 게샤(Gesha)를 분쇄하자, 꽃과 과일의 아로마가 피어올랐지만 라 루이사 카투라에는 못 미쳤다. 자두맛과 함께 견과류(Nutty)의 고소한 맛이 길게 이어졌다. 라 루이사 카투라보다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바디는 미디엄+.

하와이  하와이 울루웨이 농장(Uluwehi farm)의 SL34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로스팅한 원두. 

하와이 울루웨이 농장(Uluwehi farm) SL34가 3위에 올랐다. 영국은 1922년 케냐에 스콧연구소(Scott Agricultural Laboratories)를 세워 커피 품종 개량에 나섰다. 이때 스물여덟 번째와 서른네 번째 성공한 품종이 SL28과 SL34다. 버본(Bourbon) 계열의 SL28은 가뭄에, 티피카(Typica) 계열인 SL34는 병충해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루웨이 농장 SL34의 향미는 다크 초콜릿(Dark Chocolate)과 베리(Berry)류의 묵직한 맛이 났다. 물로 입안을 살짝 씻어 내자 단맛(Sweet)이 강하게 올라왔다. 아로마에서도, 향미에서도 스파이스(Spices)와 그린(Green/Vegetative)의 허브(Herb-like) 느낌이 났다.  

하와이 모나크 커피농장(Monarch Coffee farm)의 파카마라(Pacamara)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하와이 모나크 커피농장(Monarch Coffee farm)의 파카마라(Pacamara)가 4위에 올랐다. 파카마라는 티피카 계열의 마라고지페(Maragogipe)와 버번(Bourbon) 타입의 파카스(Pacas)가 결합된 품종이다. 약간 발효된 맛이 느껴질 정도로 산미가 경쾌해 청포도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단맛이 느껴지면서 달콤했고, 아로마도 견과류, 과일향이 올라왔다. 산미는 미디엄.

하와이 모나크 커피농장(Monarch Coffee farm)의 게샤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하와이 모나크 커피농장의 게샤가 5위에 오르면서 이 농장의 저력이 입증됐다. 모나크 농장은 파카마라와 게샤와 같은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high-end specialty coffees)를 재배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모나크 커피농장의 게샤는 수줍음이 많다. 봉숭아 같은 산미에 견과류, 몰트의 단맛이 느껴진다. 오렌지 정도의 산미가 올라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바디는 미디엄.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Summer&Fall Season)’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 ‘K-커피 어워드’ 심사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시드(Washed) 부문에서 콜롬비아 라 루이사(La Luisa) 카투라(Caturra)가 1위에 올랐고, 과테말라 게샤, 하와이 SL34, 하와이 파카마라, 하와이 게샤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 제공

이번 세계커피대회(WCC) ‘K-커피 어워드’ 결과를 보면서 커피의 향미는 명성이 아닌, 농부들의 정성과 노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품종은 게샤가 뛰어날지라도 카투라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고 워시드로 가공할 때도 남다른 노력을 보인 결과가 심사위원들의 블라인딩 테스트를 통해 나타났다. 그러니 커피 향미 평가는 이변이 아닌 필연이다.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은 “재배지마다 차별적인 토양과 일조량, 강수량 등 환경 조건에 따라 품어낼 수 있는 최선의 커피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이라며 “유행을 좇아 인기 있는 특정 품종을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간주하지말고, 선입견 없이 한 잔에 담기는 커피의 맛으로 당해 연도 자연이 빚어내는 독특한 테루아를 즐기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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