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中 대규모 경기 부양책 투트랙 전략 필요

부양책 효과가 있을 경우 대중국 수출 확대 정책 펴야
경기 부진 지속되면 새 시장과 신 성장 동력 발굴해야
빅터뉴스 2024-09-30 19:24:42
중국 정부가 1조 위안(약 19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침체, 급등하는 청년 실업률 등 성장을 발목을 잡는 요인들을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에 발표된 부양책의 핵심은 금리 인하와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한 통화 정책 조정과 부동산 시장 지원인데, 미국이 최근 단행한 ‘빅컷’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발표는 중국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중국 경제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중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거품이 생겼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 강화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은 건설, 금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 전체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성장률 둔화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UBS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9%에서 4.6%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도 전망치도 4.6%에서 4.0%로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2025년과 2026년 전망치를 4.7%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5%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셋째, 성장률 둔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특히 청년 실업률 문제다. 중국의 공식 청년 실업률은 2023년 8월 기준으로 약 21.3%로 집계되지만, 비공식적인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 국가발전연구원 장단단(张丹丹) 교수는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을 뜻하는 탕핑(躺平)족과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포함하면 청년 실업률은 46.5%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내수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와 성장률 둔화는 중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청년 일자리 부족은 성장의 장기적인 전망을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불만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세계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와 함께 한계점도 지적하고 있다. 통화 정책만으로는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재정 정책을 포함해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과잉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이번 기회에 성장세를 회복한다면, 중국과 교역이 많은 국가들의 수출이 늘어나 글로벌 무역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원자재 수출 국가들은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 등의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중국의 경기 둔화 지속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중국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저가 수출 공세를 한층 강화한다면 글로벌 교역 질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원호 박사


우리 경제 역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변화에 민감하다. 중국의 경기가 회복된다면 대(對)중국 수출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주력 수출 제품은 물론이고 내수 시장을 겨냥한 제품군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된다. 그러나 중국이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역시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효과가 있을 경우 대중국 수출 확대 전략과 함께,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투트랙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하 추세와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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