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중국 저가 수출 공세에 흔들리는 우리 제조업

수출 경쟁력 약화와 내수 시장 침투 가속화
수출기업 지원, 시장 다변화 등 대책 세워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기업 혁신도 필요   
빅터뉴스 2024-08-19 15:53:23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생산된 제품의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저가 공세’라 불리는 이러한 형태의 수출 공세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품목이 많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중국의 저가 수출의 배경은 내수 위축에 따른 재고 증가와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2022년 4월에는 20%를 넘어섰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가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수출하고 있다. 밀어내기 수출에 힘입어 2023년에는 재고율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자 최근 다시 재고가 쌓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내 재고 증가에 따른 과잉 재고를 해외로 저가에 수출하는 전략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유발하여 다른 국가들의 관련 산업에 타격을 주어 무역 갈등을 유발한다. 중국 정부도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통해 재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저가 수출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의 저가 수출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먼저 가격 경쟁의 심화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은 전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심화시켜, 이를 수입하는 국가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음으로 무역 갈등의 격화다. 저가 공세에 대응책으로 각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높이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무역 갈등을 격화시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의 불안정성 증대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미국의 ‘대서양 협의회(The Atlantic Council)’는 중국의 제조업 과잉 생산이 친환경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부동산 부문에서 제조업으로 자금을 전환하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의 생산을 급증시켰지만, 국내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저가 수출로 밀어내기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이 주요 수출 시장이 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EU는 반덤핑 조사와 관세 부과를 고려하는 등 중국과 서방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먼저 수출 경쟁력의 약화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는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내수 시장 침투 가속화다. 최근 중국 직구 사이트인 알리와 테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면서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공세가 이미 우리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일 발표한 ‘중국산(産)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보고서는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는 기업도 42.1%에 달해 국내 제조업의 약 70%가 피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중국산 저가 수출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밀어내기 수출로 중국내 완제품 재고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으나, 올해 초 재고가 다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글로벌 산업 구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더한다. 또한 다른 국가들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의 피해로 인해 국가 간 심각한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이원호 박사


따라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먼저 정부는 기존의 FTA를 활용해 우리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새로운 FTA 체결을 통해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또한 중국산 저가 공세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교역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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