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위기의 삼성전자 탈출 해법 있나

AI, HBM,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려
미래 선도 혁신 기술 등 특단 대책 마련해야 
빅터뉴스 2024-10-07 12:24:11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한 달 동안 약 8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였으며, 10월에 들어서도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는 9월 초 대비 약 20% 떨어졌으며,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각 증권사들도 목표 주가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 상황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주력 부문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다. 반도체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있으며,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PC 등 주요 IT 기기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달 각각 17.07%와 11.44% 급락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둘째, 인공지능(AI)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뒤처지는 경쟁력이다. AI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로, 핵심 부품인 HBM 시장도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2025년까지 10조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HBM 기술 개발·생산 능력 측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뒤처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AI 시대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셋째,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 부족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의 어려움이다. 삼성전자가 171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TSMC를 따라잡고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TSMC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62%와 13%로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부문은 매년 조 단위의 적자가 이어져 삼성전자의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는 D램 가격 하락이라는 일시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AI와 파운드리와 같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부문에서 경쟁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즉, 현재 주력 사업의 부진과 미래 사업 부재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 삼성전자 위기설의 실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이 삼성전자의 생산 및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도 위기설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 위기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AI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HBM에서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파운드리 부문에서 한·미·일 반도체 동맹을 활용해 기술 혁신과 판매망 확보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와 AI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미래의 먹거리 사업으로 확보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박사


사실 삼성은 1990년대 초 품질 문제로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때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자’는 메시지를 남기며 위기를 기회의 장으로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당시 삼성은 글로벌 이류 기업으로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1990년 후반 이후 TV 등 가전은 소니를 추월했고, 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가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이후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가 된 10년 동안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즉,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가 가진 문제점을 파악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강하고도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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