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철강·자동차 등 대미 수출 빨간불
2024-11-11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보고서는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예측한 0.5%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우리 경제는 1분기 1.3%라는 ‘깜짝 성장’ 이후 2분기 –0.2% 역성장, 3분기 0.1%라는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애초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에 –0.2% 역성장이 일어난 이후 3분기에는 0.5% 성장하며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전체 GDP 성장률이 2.4%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2분기 마이너스 성장 이후, 3분기에는 내수 회복과 일부 산업의 반등을 기대했으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가 정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3분기 성장률이 저조한 이유는 더딘 내수 회복과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가 0.5%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출은 전분기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재화(승용차, 통신기기 등)와 서비스(의료, 운수 등) 소비가 늘어 0.5% 증가했다. 반면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4% 감소하였고, 수입은 기계와 장비 등이 늘어 1.5% 증가했다. 특히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으로, 믿었던 수출마저 부진해 향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정하면서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최상목 부총리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 “3분기 성장률이 저조하지만 이를 침체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4분기에는 정책적 노력이 반영되어 수출 회복이 기대된다고 것이다. 특히 그는 대규모 추가 재정 투입과 수출 지원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계획이며,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모두 실행에 옮기기에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재정 투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80조~9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만큼 재정 지출을 결정하기에 쉽지가 않다. 금융정책 또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부추길 위험성 때문에 충분한 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마지막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 인하가 점쳐지지만, 이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경기 진작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와중에도 정부는 지나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어 경기를 진단하는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책 연구소인 KDI가 올해 내내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도 지난 8월에 가진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해 현실 인식에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기 회복에 의존해 근거 없는 상저하고(上底下高)를 외치다 GDP 성장률이 1.4%에 그친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우리 경제는 현재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지나치게 낙관론을 견지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경제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판단해야 한다. 경기 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남발하게 되면 정책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내수 활성화와 수출 회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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