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 집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한 N포 세대다.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을 잡을 확률이 낮고, 아파트값이 치솟으니 내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헬조선을 외친다.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작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 중의 한명이 부동산 홍보 전문업체인 더피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고 있는 이심환(31) 대리다.
사실 이 대리도 꿈이 없었다.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부를 등한시했다. 기술을 배워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님과 주변의 반대에도 서울로봇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친구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본격 들어간 2학년 겨울방학 때 이 대리는 문득 ‘난 뭘하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선 대학에 들어가자는 생각에 교과서를 잡았다. 그러나 영어와 수학은 중학교 1학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1년간 죽을 각오로 공부에 매달리니 모의고사에서 영어와 수학 성적이 3등급이 나올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하지만 수능 당일 너무 긴장한 탓에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하자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이 대리는 경기도 안양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해 공작기계인 선반을 이용해 로봇 등의 실물모형(mockup)을 제작하는 일을 맡았다. 기술을 배운다는 생각에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나 사무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을 특별히 부러워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입사 2년차에 재직자특별전형으로 한국산업기술대 산업디자인과에 합격한 이 대리는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직장생활에 별 불만이 없어 6년간 한 직장을 다녔지만 점차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제일 먼저 찾은 일은 고객상담센터. 온라인플랫폼 등의 회사에 입사해 고객 불만상항을 처리했지만 자신에게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1년간 다니다 그만두었다.
이 대리가 생각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두번째는 홍보였다. 이 대리는 입사원서를 50여장 썼지만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러다 더피알커뮤니케이션에서 연락이 왔다. 이 대리는 면접장에서 “솔직히 홍보 업무에 대해 모르지만 저는 성실히 6년간 한 직장을 다녔고, 맡기는 일은 어떤 식으로든 완성하겠다”고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이런 간절함이 통했는지 이 대리는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출근 첫날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공장에서 선반과 밀링 등 공작기계만 다루던 이 대리는 엑셀과 워드 등 사무용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더욱이 홍보의 기본인 글쓰기조차 형편이 없었다. 선배의 조언에 따라 매일 경제신문 헤드라인을 타이핑한 뒤 문장별 주어와 동사를 찾고, 한 줄로 요약하니 6개월 후에는 어는 정도 신문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또한 건폐율과 종합부동산세 등 생소한 용어와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을 메모해 암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 블루컬러에서 화이트컬러로 변신한 이 대리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저도 사회에 녹아든 느낌이 들어 더 없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업을 하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이 대리는 “공장에서는 도면대로 쇠를 정확히 깎는 수치와의 싸움이었다면 여기서는 클라이언트를 어떻게든 만족시켜야 하고, 글쓰는 것도 정해진 것(규정 또는 정답)이 없으니 많이 좌절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대리는 자신이 차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동산 홍보 전문가의 꿈을 설계하고 있다. 이 대리는 “지금은 콘텐츠 원고와 실행안 등을 작성하고 있지만 실력을 쌓아 사업지에 대한 제안과 함께 부동산 영업도 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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