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빨간등 켜진 한국 경제
2024-12-30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애초 지난해 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상황의 변화로 해를 넘겨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전망치인 2.2%에 비해 0.4%p 하향조정한 것으로, KDI, IMF(2.0%), 한국은행(1.9%)이 내놓은 전망보다 낮은 수치다. 정부가 커져가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재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목표를 ‘불확실성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히고 있다. ‘안정적 관리’를 달리 해석하면 국내의 정치적 혼란 양상과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예상되는 경제적 압력의 강도에 따라 정책 방향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상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민생과 경기 부양을 서둘러 실시하겠다는 것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위축된 외국인 투자 심리 회복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2025년 경제정책방향은 크게 4개 정책 분야로 나누어지는데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 등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민생경제 회복은 내수 활성화와 경기 회복을 위해 소비 촉진, 건설·지역 경기 조기 회복을 추진한다. 그리고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11조60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포함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며, 청년, 중고령층, 소상공인 등 취약 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지속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대외 신인도 관리는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외환건전성 관리 제도를 완화하고, 달러 수요 안정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 시장 안정과 국제 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한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세제 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고, 국채투자 인프라를 개편하며, 야간 거래를 촉진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투자유치 패키지 지원과 투자환경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은 미국 신정부 대응, 미·중 경쟁,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신(新)대외 경제 전략을 추진한다. 그리고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교역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략적 수출 지원, 국내 생산 지원 확대와 핵심 광물 투자 등을 통한 공급망 안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 경쟁력 강화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과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생태계 지원을 가속화하고, 이차전지의 내재화와 다변화를 추진한다. 또한 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 유망 신사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국가 기간 전력망을 신속히 구축하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전력원의 균형 확충 등 핵심 인프라 확충에 힘쓴다.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중소·벤처 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인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와 같은 요소가 이번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완전히 배제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감세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정 철학이 반영되지 않은 경제 정책은 그 자체로서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담아내기 어렵다. 이번 정책 방향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대외 신인도의 하락이라는 즉각적인 과제에 대응하려는 단기적인 방안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국정 철학의 부재와 장기적인 대책의 부족으로 인해 '무색무취'의 성격을 가진 정책이라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후 경제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내며 이례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중점을 둔 이번 발표가 이러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경제계는 정부가 이 정도의 대책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하루빨리 정상화를 이루어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경제 부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만큼 경제 정상화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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