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빨간등 켜진 한국 경제

생산가능 인구감소, 자본투자 증가세 둔화 등 요인
2년째 잠재성장률 한미 역전으로 경제 활력 떨어져 
구조개혁과 지역간 균형 발전 등 혁신 정책 필요
빅터뉴스 2024-12-30 17:33:49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과열 없는 안정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노동과 자본, 기술 등의 생산 요소를 최적의 수준으로 활용될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평가할 때는 잠재성장률과 비교한다. 왜냐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생산요소를 이미 최대한 투입하고 있어 잠재성장률이 낮고, 중국과 같이 인구도 많고 자본 투입의 여지가 많은 국가는 잠재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이 각각 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고 가정한다면, 미국은 경기 과열을 걱정하고 중국은 경기 침체로 비상이 걸린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면 잠재성장률 2.1%를 크게 초과하여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반면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약 5%로 실제 성장률이 4%라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경제가 잠재력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4%의 성장률이라도 각국의 잠재성장률과 비교하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한국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비교한다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약 13배 더 큰 미국에 비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양국의 잠재성장률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지난해와 같은 2.0%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2.1%로 올라선 이후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2년째 잠재성장률 한·미 역전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경제가 미국에 비해 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해 우려를 더한다.

한국은행도 OECD와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24년에서 2026년 사이 약 2%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의 5%대 초반에서 2010년대 중반~후반 3%대, 2020년대 중반 2%대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가 역력하다. 이러한 하락 추세의 원인에 대해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생산가능 인구 감소, 혁신 부족,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 구조적인 요인과 총 요소 생산성 및 자본 투자 증가세의 둔화 등을 꼽고 있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중반~후반 잠재성장률이 1%대 중반 이하로 하락하고, 2040년대 후반에는 약 0.6%까지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는 한국은행만의 주장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2.2%, 2025~2027년 2.1%, 2028년 2.0%로 계속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한국경제인협회는 2030년대 평균 1.0%로 떨어지고, 2060년대에는 –0.1%에 진입하는 등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이원호 박사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결국 글로벌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출 중심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약화시키고,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혁신 생태계 구축,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 발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 정책 등을 제시했다.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통해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균형 잡힌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더불어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의 시장 유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안들은 장기적인 관점과 일관성 있는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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