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순천 10대 女 청소년 피살 현장에 추모 발길 이어져

사건 장소에 국화꽃, 고인이 생전 좋아하던 간식 등 놓아
장봉현 기자 2024-09-29 19:37:37
순천 도심에서 귀가하던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10대 여성 청소년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한 학생이 챙겨온 과자를 놓으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장봉현 기자

전남 순천 도심에서 귀가하던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10대 여성 청소년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오후 순천 조례동 사건 현장에는 침통함 속에 시민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A(18)양은 지난 26일 0시 44분쯤 귀가 하던 중 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는 A양의 생전 친구들과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 초, 추모글이 적힌 종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바로 옆에는 순천시가 마련한 작은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사건 현장은 대로변이며 도심에서 불과 수백 m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병원 주차창 바로 옆이다.

A양의 장례식은 전날 눈물 속에 치러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데도 지나던 행인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거나 일부러 분향소에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챙겨온 과자를 정성스레 뜯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 한쪽에는 이름 모를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국화꽃과 함께 편지도 놓여 있었다.

순천 도심에서 귀가하던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10대 여성 청소년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는 A양의 생전 친구들과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 초, 추모글이 적힌 종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사진=장봉현 기자

A양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편지에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편안히 쉬다 나중에 만나자. 사랑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사랑하는 내 친구야.. 자주 연락 못해서 미안해. 우리 노래방도 가야하고 내년에는 술도 마셔야 하고, 같이 해야할 것 많은데.. 장례식 참여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너가 좋아하는 양갱이 사왔으니까 용서해. 좋은 곳에서 너가 하고 싶은거 다하고 행복해”라고 피해자를 그리워하는 글을 남겼다.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범죄자가 부디 엄격하게 처벌돼야 한다”는 등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도 있었다.

사건 현장 주변에서 만난 한 시민은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모방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물결은 확산하고 있다. 한 시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 17세 여성 청소년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일정을 취소하고 고인이 쓰러진 거리에서 추모하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17세 학생의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을 뒤돌아보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순천이 지역구인 김문수 국회의원은 “현대병원 주차장 대로변 사건 발생 현장에 설치된 추모 장소에 와서 꽃을 다 피우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17세 소녀의 영혼을 달래주고 헌화해 달라”고 함께 슬픔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온라인상에는 A양을 살해한 30대 남성의 이름과 직업, 인스타그램 계정 등 신상정보가 확산했다. 이 남성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당 앞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진 상태로, 외부엔 시민들이 던진 계란 흔적이 있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오는 30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이 남성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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