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위기의 K-석유화학,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야

롯데케미칼 3년 연속 실적 부진 이어지며 그룹 ‘흔들’
LG화학 등 국내 업체 중국 물량 공세 등으로 어려움  
선택과 집중 통해 경쟁력 낮은 제품 과감히 정리해야 
빅터뉴스 2024-12-02 14:20:03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이 실적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2021년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1조53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7626억원, 3477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3분기까지 적자가 6601억원에 달해 3년 연속 적자가 거의 확정적이다. 부채 비율도 4년 연속 증가했다. 2020년 41%에 불과했던 부채 비율이 점차 늘어나 올해 3분기 75%로 치솟았다. 부채 규모는 약 1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롯데케미칼 한 기업에 국한된 어려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수2공장이 최근 철수 전 정리인 박스업(Box-Up)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데 이어, LG화학도 여수산업단지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한화솔루션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7000억원대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는 등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먼저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다. 특히 중국은 2020년 이후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 과잉을 야기하고 있다. 낮은 생산 비용과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 분쟁,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인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면서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오랜 기간 범용 제품에 의존해 온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범용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며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특성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 주요 수출국의 수요 변화, 환경 규제 강화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물량 공세에 쉽게 무너지는 취약한 구조 또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제조업의 기초 소재 활용과 우리 생활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산업으로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또한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3대 수출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며,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해 온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할 중요한 산업이다. 이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겪는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알려진 정부의 지원안은 중국과 중동의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책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지원, 연구개발 지원, 해외 시장 개척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업계 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원호 박사

이에 따라 석유화학 산업의 바람직한 구조조정과 향후 전략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먼저 저부가가치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특수 제품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 K-석유화학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친환경 소재, 바이오 플라스틱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절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 및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K-석유화학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나아가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와 관련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미래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