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경제톡> 새로운 무역 전쟁 대비 시급

트럼프 재집권으로 급격한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 변화
정치적 불확실성 높아지면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빅터뉴스 2024-12-09 18:16:48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통상 환경은 전례 없는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트럼프 당선자는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새로운 무역 전쟁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 흑자국이자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번 변화는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의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과 사회가 글로벌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총력 대응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국내 정치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해야 할 정부 부처의 일선 공무원들이 크게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 방안 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민간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기업과 전문가,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민간 협력체를 구성해 글로벌 경제 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 양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민간 채널인 ‘한미재계회의’의 제 35차 총회가 연기되고, 무역협회가 추진한 한미경제협력 세미나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미(對美) 민간 경제외교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제 외교를 담당하는 민간 기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이 불과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이 어렵다면 민간 부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파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 중심의 경제외교 기구는 우리 기업과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글로벌 경제 변화에 대응하고, 민간 경제외교를 선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 경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특화된 팀을 구성해야 한다. 한미 경제 협력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 주요 기업의 대미 사업 부문 리더, 그리고 국제 통상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무진을 조직해 한미 경제의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미 FTA 재논의 가능성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에 대응할 전략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기회 발굴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박사


다음으로 이 기구는 다양한 산업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은 물론,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 제안을 발굴해 정부와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민간과 정부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기구는 한미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EU, ASEAN) 등 주요 교역국과의 민간 핫라인을 활성화해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다자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외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민간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외교 기구를 통해 글로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적 위기를 성장의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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