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센터 새단장 공사가 한창이다. 포스코는 강남 사옥 일대를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현재 공사 현장에는 인부들과 자재를 반입하는 중장비 굉음 소리가 가득하다.
이번 공사는 다음달 포항제철소 종합준공식 50년과 함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기업시민헌장 선포 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된다.
‘기업시민’은 최 회장의 핵심 경영이념이다. 그는 2018년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선언하고 2019년에는 기업시민헌장을 제정, 선포했다. 상생과 사회공헌, 노사화합과 안전 등이 버무려진 개념으로 경제 활동에 그치치 지않고 우리 사회 문제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으로서의 포스코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공사가 끝나면 최 회장이 강조해온 기업시민을 기념하는 새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집회와 시위와 간섭없이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왕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는 공사지침을 직접 내리면서까지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시민’에 대한 평가다. 그 의미와 의지는 좋지만 다른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과 도대체 뭐가 다르냐는 물음표가 많다. 사실상 사회공헌을 '기업시민'으로 예쁘게 포장만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포스코와 계열사들이 '기업시민'을 붙여 홍보해온 사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이 주를 이룬다.
포스코 내부에선 '기업시민' 정신에 반하는 사건도 잇따랐다. 잦은 근로자 사망사고는 물론 20대 여직원 성폭행 사건, 광양제철소 칼부림 사건 등 대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건이 최 회장 임기중 해마다 터졌다. 최근에는 ‘직원 내 괴롭힘’ 징계 건의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부랴부랴 조치를 내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애초 그가 징계는 커녕 최 회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최 회장의 책임론이 비등했지만 한 번도 그가 직접 사과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그가 포스코 지주사 전환의 톡톡한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주사 회장에게 계열사 개별 사건의 책임을 직접 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동반성장도 흔들리고 있다. 현재 포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정비자회사 설립은 지역 영세업체의 줄도산 공포를 야기하고 있으며, 광양에선 포스코 직원이 정비자회사 출범 여론 희석을 위해 사회공헌사업 지원 중단을 시사하고 "동사무소를 폭파시키겠다"며 공무원 등을 협박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70억대 공사로 알려진 포스코센터 리모델링 공사에 대형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투입된 것도 '기업시민'을 기념하는 공사에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그 의미를 배가시킬 생각은 하지 못했느냐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시민' 정신을 퇴색시킨 정점은 최 회장 스스로가 찍었다. 최 회장은 스톡그랜트로 7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챙기면서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수해 극복에 노력한 직원을 빼고 뒷전에서 돈잔치를 벌였다", "비상경영을 외치더니 자기들 배만 채웠다"는 직원과 시민단체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포스코 원로들 마저 최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 5년간 목놓아 부르짖은 '기업시민'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도덕성과 상생, 윤리경영이 구멍난 기업시민에 대해 박수를 보낼 국민은 많지 않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시민공간을 내세워 공원하나 짖는다고 드러난 치부가 가려지기는 힘들다"며 "최 회장의 임기만료까지 8개월여가 남은 상황에서 치적을 기념하는 자화자찬보다 반성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서 포스코는 '국민기업' 호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며 "도덕적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자사주 파티를 보면 오히려 포스코 사유화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댓글
(0) 로그아웃